편집된 죽음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8
장-자크 피슈테르 지음, 최경란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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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증오라는 감정은 사랑과 거의 분리할 수 없다.(버지이나 울프, 파도)
 

에드워드는 소심하고, 못생기고, 사교성없는 아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하나씩 발견할 수 있는 평범하고 평범한 남자아이지만, 너무나 평범해서 그 존재를 쉽게 알아차릴 수 조차 없는 그런 아이-바로 에드워드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부모님과 함께 평범하게 자란 영국 남자아이 에드워드는 소수의 친구와 함께 문학에 빠져 사는걸 낙으로 안다. 친구들과 문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것에 대한 잡지를 펴내며 문학에 대한 열정을 불태운다. 그런 에드워드 앞에 니콜라가 등장한다. 니콜라는, 말 그대로 후광이 비치는 아이였다. 적어도 에드워드가 볼 때는 그랬다. 잘생긴 외모에 화려한 말솜씨, 좌중을 압도하는 모습은 늘 에드워드가 꿈꾸던 모습이였으리라. 그렇게 에드워드는 니콜라라는 '악마'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어찌할 바를 모른채 니콜라에게 빠져든다.

적어도 에드워드에게는 니콜라가 '악마'나 마찬가지였다. 그 사실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니콜라를 보자마자 도망쳤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악마는 늘 달콤하고 유혹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자신의 소심하고 못난 모습을 늘 증오했던 에드워드는 멋진 니콜라에게 빠져든다. 그리고 자신의 문학도, 잡지도, 그나마 있던 친구들도 모두 에드워드의 심연속으로 빠뜨려 버린다. 그리고는 방황하게 된다.

모든것을 니콜라에게 잃은 에드워드는 방황한다. 알렉산드리아의 버려진 유물을 떠돌며 생각에 잠기기 일쑤다. 그때, 야스미나를 만난다. 평생 사랑하고 기억할 여인을. 몇 달 안되는 짧은 만남이였지만 에드워드는 야스미나를 평생 기억한다. 비록 야스미나는 처절한 죽음을 맞게되지만 그 죽음까지도 에드워드 안에 간직하고 평생 살아가는 것이다. 야스미나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기 전까지는 그랬다.

니콜라는, 그의 외모와 화술로 인생의 탄탄대로를 걷는다. 잘생긴 외교관과 잘나가는 작품을 낸 멋진 작가로. 에드워드는 자신의 작품을 써보고 싶지만, 이미 니콜라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 상태였다. 그래서 니콜라의 작품은 번역하고 출판하는 일을 맡는다. 에드워드는 니콜라의 뒤를 봐주며 그림자처럼 산다. 여전히, 존재감없는 에드워드라 불리면서.

복수의 수레바퀴는 니콜라가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면서 시작된다. 책 안에는 야스미나가 등장했고, 모든것을 알아차린 에드워드는 분노에 몸을 떤다. 그리고 단순한 복수가 아닌, 니콜라의 모든것을 무너뜨릴 치밀하고 잔인한 복수를 계획하게 된다. 

여러가지 복수의 무기가 존재한다. 칼과 총, 감옥이 등장할 수 있겠지만 에드워드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무기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무기의 선택은 탁월했다. 가장 완벽한 범죄를 창조해냈고, 완성했기 때문이다. 복수를 완성하기 위해 광기에 어린 준비작업을 끝내고, 에드워드는 조용히 기다린다. 자신의 복수가 완성되는 시간을. 니콜라는 서서히 망가진다. 최고의 문학상 공쿠르 상을 받고 한없이 둥둥 떠있던 그의 모든것이 한순간에 땅바닥 아래로 내팽겨쳐진 것이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그래서 니콜라는 더 처절한 모습이 되어간다.

늘 니콜라의 그늘에 가려 존재감 없던 에드워드는 승리한다. 그의 복수는 완벽하게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에드워드는 자신이 마침내 니콜라라는 '악마' 없이도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삼십여년의 세월동안 에드워드는 짓눌러온 모든 것이 해방되는 순간이다.

어쩌면, 에드워드는 니콜라를 진심으로 사랑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매번 거절당했고 상처는 깊어졌다. 마침내 상처가 터져버린건 야스미나였지만, 오래된 상처가 에드워드는 잠식하기 전에 언젠가는 니콜라를 향해 터지지는 않았을까? 완벽한 선인도 완벽한 악인도 없지만, 니콜라를 향한 에드워드의 복수극은 납득이 갔다. 그가 그림자같이 죽어 지내온 세월이, 그리고 그의 심리가 십분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에드워드의 모든것을 이해할 수 있게 치밀하게 묘사한 장 자크 피슈테르의 역량에 박수를 보낸다. 그의 글솜씨는 더운 여름날에도 모든것을 잊고 책 속에 빠져들게 한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지는 복수극을 아무말 없이 지켜보게 만든다. 한없는 침묵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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