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웃다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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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있노라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간혹, 소통을 방해하는 책도 있지만 정한아의 글은 세상과 소통하는 길을 열어준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따뜻하게 느껴지고 웃게 된다.

정한아의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상처'를 안고 있다. '나를 위해 웃다' 에 등장하는 엄마는 남과 다른 외모 때문에 상처 받았고, '아프리카'의 주인공은 부모에게 버려졌다. '마테의 맛'의 주인공은 동생을 사고로 잃었고, '휴일의 음악'의 주인공은 사랑하는 남자를 다른 이에게 뺏기고 만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접하고 들을 수 있는 문제들, 눈물들, 한숨들이 소설 속에 녹아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뒤 살며시 미소를 짓게 되는건 왜일까. 그건 정한아가 소설을 풀어나가는 방식에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과 사람에 상처받은 마음을 그저 원망과 눈물로 흘러내리려 했다면 결코 따뜻해지지 못했을거다. 하지만 정한아의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크게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내면의 상처를 어루만졌다. '나를 위해 웃다'의 엄마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렸지만 결국 몸속에 사랑하는 아이를 얻었다. '마테의 맛'의 주인공은 아버지가 끓여주는 마테차를 마시며 그 향 속에 슬픔을 녹게했다. '댄스댄스'에서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자전거로 매일 배웅나가며 서로에 대한 상처를 보듬어 안는다. 이처럼 상처는 서로의 상처속에, 아픔은 각자의 아픔속에 함께 녹아든다. 그래서 따뜻한 온기만이 남는다.

그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지만 그에게도 이 차를 마시는 시간만큼은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식으로 마시는 마테는 도자기병에 빨대를 꽂아 대접한다. 주인과 손님이 함께 조금씩 나누어 마시는 것이다. <마테의 맛>

소설집을 읽노라면, 작가가 어떤 것을 말하려고 하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작가는 주인과 손님이 조금씩 나누어 마시는 마테의 차와 같은 것을 쓰려고 했던것이 아닐까. 세상 속 아픔들을 조금씩 나눈다면, 결국 너와 나 모두가 웃게 될 것이라는 사소하고 중요한 진리를 말해주는것 같아 책장을 덮은 뒤, 나는 살며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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