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서운 그림'에 대해 쓰려고 생각하게 된 계기 중 하나는 마리 앙투아네트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앙투아네트를 그린 자쿠 루이 다비드의 스케치였다. 머리는 짧게 깍고 손은 뒤로 묶인 채 짐마차에 실려 단두대로 끌려가는, 한때는 '로코코의 장미'였던 이의 깜짝 놀랄 만한 모습."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여러가지 그림이 있지만, 책의 저자는 이 한장의 그림을 보고 강력한 충격을 받았다. 스케치 한장에 존재하는 화가의 악의를 느끼고는 소름끼친 저자는 그림 안에 숨겨진 여러가지 시대상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림 안에, 생각보다 무서운 사실들이 존재한다는걸 깨닫게 된다. 드가가 그린 '에투알'이란 그림은 무대위에서 빛나는 프리마돈나를 그린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나역시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에투알(스타)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그림안에 무서운 사실이 존재했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무용수의 지위가 그리 높지 않았다. 자신의 지위를 높이기 위해 부자 애인을 잡으려는 무용수들과 애인을 만드려는 지위 높은 남자들의 만남-그것이 바로 무대였던 것이다. 자신이 돈으로 주고 산 애인을 바라보는 무대 뒤의 남자는 섬뜩하게 느껴진다. 보티첼리의 '나스타조 델리 오네스티의 이야기'에서는 사랑의 섬뜩함을 보여준다. 사랑에 상처받아 자살한 기사는 짝사랑한 여자를 몇 번이고 죽이면서 상처를 보상받고자 한다. 그런 사실을 이용해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결국 결혼승낙 받는 나스타조. 다른 커플의 비극적인 사실을 통해 자신의 사랑을 이룬 나스타조의 마음이 섬뜩하게 느껴졌다. 조르조네의 '노파의 초상'에서는 늙음을 경시하는 르네상스 시대의 천박함을 보았고, 홀바인의 '헨리 8세의 초상'에서는 무자비한 군주의 모습을 보았다. 이처럼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그림속에는 작가의 의도와 시대의 비극이 어우러져 끔찍한 이야기들이 존재했다. 그래서 20점의 무서운 그림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작가의 이야기와 시대의 흐름을 알고 그림을 보니, 잘 알던 그림이라도 달리 보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공포는 시각적인 공포만 존재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림 자체가 무섭게 느껴지는 작품도 있다. 하지만 그림이 가지고 있는-혹은 작가가 악의를 품고 있는 -공포의 상대를 알게 되면 그림 자체가 무섭게 느껴지는 것이다. '무서운 그림'의 작가는 공포의 실체를 잘 잡아내었고, 그래서 각각의 그림들이 너무나 무섭게 느껴지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