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굴장으로 - 제139회 나오키상 수상작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권남희 옮김 / 시공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책을 다 읽은 후 잠시동안 생각에 잠겼다. 주인공인 '세이'에게 너무나 깊이 빠져있어서 인지, 책장을 덮고 나서도 책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었다. 

세이는 작은섬의 학교에서 일하고 있다. 보건실에서 아픈 아이들을 돌보는게 그녀의 일이다. 남편과 결혼하고 섬에 정착하여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그녀에게 사건이 일어난건, 봄이 오듯 그렇게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학교에 '이사와'라는 남자 선생님이 새로 부임하게 되고 이사와를 만나게 되면서부터 세이의 가슴안에 파문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왜, 무슨 이유로 작은 섬의 학교로 왔는지 말하지 않는 이사와. 결코 친절하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이사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세이의 가슴안에 자리잡기 시작한다. 

남편의 말에 내가 얼마나 섬으로 돌아가고 싶은지를 깨달았다.
쓰키에를 만나고 싶었고, 시즈카 씨도 걱정이 됐다. 그리고 이사와가 섬에 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p.145)

따뜻하고 헌신적인 남편을 곁에 두고 세이는 위험한 감정에 점점 빠져든다. 섬에서 멀리 떨어진 도쿄에서도 이사와의 안부를 확인하고 싶어지고, 흥겨운 축제의 자리에서도 이사와가 왔는지 찾게된다. 자신의 남편이 없어진다면 어떤 감정에 휩싸이게 될까 생각하면서도 이사와를 생각한다. 그렇게 세이의 마음은 한가닥 외줄에서 위태롭게 흔들리게 된다.

이 책에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요란한 사건은 없다. 있다고 해봤자 쓰키에와 그의 불륜상대인 본토씨 정도일 것이다. 그럼에도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뛰는 이유는 세이의 감정이 그대로 내 가슴안에 다가와서일지 모르겠다.

누군가를 사랑해서 결혼을 한다. 그 사랑이 영원히 지속되면 좋으련만, 심장이 두근거리는것과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 역시 두근거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자신의 배우자를 곁에 두고도 다른 사람을 가슴에 담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세이의 마음을 천천히 따라가다보면 내가 첫사랑을 했을때, 누군가를 처음 좋아했을때의 그 마음이 떠오르는것 같아 내 심장 역시 저절로 두근거렸다.

세이는 이사와의 방에서 발견한 십자가를 땅에 묻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세이의 마음에 일었던 감정의 파문을 과연 남편이 알았을까? 그런것은 중요하지 않다. 세이는 걷고 또 걸어 자신의 마음 속 채굴장까지 다녀왔다. 그곳에서 발견한 십자가를  땅속에 묻으며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책을 읽으며, 누군가를 처음 좋아하게 되어 설레이고 떨리던 마음이 떠올랐다. 그것은 세이의 감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목소리로 일관되게 진술한 작가의 역량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노우에 아레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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