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로 이야기

지로 이야기 1 - 세 어머니
시모무라 고진 지음, 김욱 옮김 / 양철북 / 2009년 4월

 
흔히 어른들께서 하는 말씀이 있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아픈 손가락이 있겠냐고. 하지만 예민하고 섬세한 아이들은 느낀다. 어른들의 그 말이 얼마나 새빨간 거짓말인지. 

책의 주인공인 지로는 어려서부터 안아픈 손가락 중에 하나였다. 단지 원숭이처럼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태어나자마자 유모에게 맡겨졌고 유모마저 지로의 생김새 때문에 양육하기를 거절한다. 그렇게 태어나서도 엄마의 젖 한 번 먹어보지 못한 지로는 유모와 함께 좁은 교지기 방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된다.

부모와 함께 자라지 못한 지로는 어렸을때부터 본가에 가기를 꺼려했다. 자신의 친부모임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너무나 어렵게 느껴지고 넓은 집이 차갑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자꾸만 엇나가는 지로를 엄하게 교육하려고 하는 어머니와 할머니 때문에 지로는 더욱더 집을 멀리하게 된다. 이렇게 어렸을때부터 지로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고민과 함께 고독을 알게 된다.

가족들과 떨어져지내게 되면서 지로는 점점 더 지기 싫어하고 고집 센 아이가 되어간다. 그럴수록 어머니와 문제를 일으키게 되고, 어머니의 사랑을 받는 형제들과도 동떨어지게 된다. 그런 지로에게 아버지 슌스케는 단 하나의 숨 쉴 공간이 되어준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어머니나 할머니와 달리 아버지의 올곧은 심성으로 인해 외로운 지로는 집안에서 안식처를 찾게 되고 점점 자신을 되찾아가게 된다.

외롭고 고독한 지로였지만 그만큼 지로를 사랑해주는 사람들도 많았다. 아버지 슌스케가 그랬고, 외가인 마사키 가문이 그랬다. 사랑으로 감싸주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지로는 더욱더 삐뚤어지고 고집만 센 아이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지로는 친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하게 된다. 그토록 미워하던 어머니였지만, 지로는 죽음전에 자신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사랑을 깨닫게 되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어머니를 잃고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하면서 지로는 한 뼘 더 성장하게 되고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된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과의 이별, 어머니의 죽음, 새어머니와의 만남, 그리고 중학교 입학까지 지로는 인생의 여러 단계를 맞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의 인생에 알 수 없는 '운명'과 '사랑'을 느끼게 된다.

"나를 성장시키려면 먼저 운명에 몸을 맡겨야 해. 바위틈이 내가 뿌리를 내려야 할 환경이라면 더 생각할 필요도 없이 싹부터 틔우는거야. 바위를 적으로 여겨서는 안 돼. 오히려 나를 도와주는 고마운 친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운명 앞에서 비굴해지는건 그 사람에게 이제 생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란다. 내가 처한 환경에서 즐거워할 줄 아는 사람만이 올바로 성장할 수 있어."

데쓰타로의 이 말은 지로를 변화시키고, 중학교에 들어간 지로는 훌륭한 선생님과 좋은 친구들을 만나 더 성장하게 된다. 어렸을때부터 외롭고 고독한 삶을 산 지로였지만, 그런 운명이 지로를 더 크게 성장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운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몰라 모두들 운명을 두려워하지만, 결국 운명을 만드는 것은 인간 자신인 것이다.

지로는 그러한 운명을 일찌감치 알았고, 온 몸으로 운명을 맞으며 커갔다. 유년시절의 지로는 강하고 용감했다. 청년기로 접어드는 지로는 자신의 운명과 다시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 여정에 계속 따라가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