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효재를 처음 만난 건 어느 텔레비전 다큐 프로그램에서였다. 정성껏 수를 놓고, 집안을 꾸미고, 직접 꾸민 텃밭에서 저녁 반찬거리를 준비하는 천상 '여자'인 모습-그 모습들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정신없이 텔레비전 속으로 빠져들었던 기억이 난다.
성격상 깨끗하고 정리된 모습이여야만 쉴 수 있는 나는, 내 나름대로 정리법이 있다. 내 나름대로 가지런히 정리하고 깨끗하게 치우지만 영 때깔이 나지 않는다. 효재를 처음 만났던 그 날, 나만의 정리법을 개발해보려고 무던히 노력했었지만, 며칠가지 못하고 그냥 깔끔하게만 하고 살자...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다.
그런 효재를 다시 책속에서 만났다. 책 제목이 '효재처럼 살아요'란다. 얼마 전 내 모습이 떠오른다. 효재처럼 살고싶어 바둥댔던 내 모습이. 그래서 책을 집어들고 효재처럼 살 준비를 했다. 그녀의 살림 노하우를 기대하며.
하지만 막상, 책 속에는 그녀의 노하우가 별로 없었다. 그녀의 살림법이라던지, 보자기 싸는 법, 수 놓는 법등을 잔뜩 기대했던 나는 실망했다. 너무 많은 여백에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책장을 찬찬히 넘기면서 바보같은 나를 탓했다. 나는 너무, 빽빽하게 여유없에 살았던 모양이다.
6장에 걸쳐 효재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녀의 어린시절부터 부부이야기, 일 이야기, 그리고 나이듦에 대한 이야기까지 그녀의 삶 전반을 읽을 수 있다. 그녀가 살아오면서 느낀 것들, 생각한 것들, 그리고 삶이 가르쳐준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나의 마음까지 편안해짐을 느낀다. 마치 효재가 옆에서 조근조근 이야기해주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 어쩌면 효재처럼 사는 것이 이런것을 이야기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나만 늘 바쁘고 힘들다고 투덜대면서 내가 살아가는 공간을 너무나 외롭게 내버려둔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들. 그런 생각을 책을 읽으며 하게 된거다.
"매일매일의 나의 노동이 나를 간증하게 한다. 교육으로 바뀌지 않던 고집과 버릇들을, 나를 심안으로 들어가게 해준 잔노동으로 보낸 세월이 둥글게 만들어주었다.
아, 평화가 좋구나. 평화로운 사람이 되겠구나.
세월이 기다려진다."
실제로 그녀를 만나게 된다면 묻고 싶어진다.
그렇게 예쁘고 환하게 웃는 비결이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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