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요 언덕
차인표 지음, 김재홍 그림 / 살림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제비가 상공을 가르며 안내해주는 '잘 가요 언덕'과 '호랑이 마을'
눈에 잡힐 듯 그려지는 그 곳이 마음속에 그려진다. 마치 옛이야기 하듯 들려주는 이야기의 도입부는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들을 마음 안쪽에 편안히 받아들이라고 말해주는것 같다.

<만남>
서른가구 남짓, 옹기종기 모여사는 호랑이 마을은 그림에나 나올법한 정겨운 시골 마을이다. 함께 농사지어, 함께 공유하는 정겹고 정겨운 마을. 그곳에 황 포수와 용이 부자가 찾아오게 된다. 황 포수 부자는 호랑이 사냥꾼이다. 용이가 어렸을적, 용이 어머니와 동생을 잡아간 백호를 추적해 호랑이 마을까지 찾아오게 되었다.

호랑이 마을에서 만나게 된 순이와 용이. 착하고 마음씨 따뜻한 순이는 용이의 외로운 마음을 감싸준다. 

"용이야. 이제 그만 백호를 용서해 주면 안 되겠니?"
(……)
"난 네가 백호를 용서해 주면, 엄마별을 볼 수 있게 될 것 같아."
용이가 가엾고 안타까운 순이가 말합니다.
"모르겠어. 용서를…… 어떻게 하는 건지."
용이의 입에서 처음으로 ‘용서’라는 말이 흘러나옵니다. 백호를 잡아 복수하겠다던 용이가 변한 걸까요? 아니면 홀로 지낸 세월에 지친 것일까요?
"빌지도 않은 용서를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어."
띄엄띄엄 말을 잇는 용이의 얼굴은 깊은 외로움을 머금고 있습니다.
"용서는 백호가 용서를 빌기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 엄마별 때문에 하는 거야. 엄마별이 너무 보고 싶으니까. 엄마가 너무 소중하니까."

함께 엄마별을 바라보며, 이제 그만 백호를 용서하라고 말하는 순이. 그리고 용서가 무엇인지 모르는 용이. 용서가 무엇인지 모르는 용이지만, 순이의 따뜻함 속에서 '용서'가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엄마별을 찾아간다. 순이를 향한 감정과 함께.

<전쟁>
예전 이땅에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전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 고통당하면서도 욕심많은 인간들은 남의 것에 끊임없이 욕심내고 있는 것이다. 일본 역시 우리나라에 쳐들어와 많은 것을 전쟁속에 몰아 넣었다.
이 땅의 곱고 고운 처녀들 역시 전쟁이라는 야수에게 잡혀갔는데 호랑이 마을의 순이 역시 예외는 아니였다.

순이를 구하려던 용이는 결국 실패하고, 다시 만나자는 눈인사를 나누며 긴 이별을 한다. 전쟁은, 그렇게 많은 이들을 헤어지게 만들었다.

<결국, 모든것은 용서로 매듭지어진다>
이 책에서 말하는 가장 큰 것은 '용서'라는 것이다. 일제침략, 위안부 문제등 굵직한 이야기들이 가득하지만 세월이 흘러 엄마별을 만난 용이처럼, 우리 역시 용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 덮어놓고 묻어버리자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우리의 것을 마음 속 깊이 지키기 위해 용서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머나먼 땅에서 다시 돌아온 '쑤니' 할머니가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배우 차인표에 묻혀 그냥 지나쳐 버릴뻔한 수작이였다. 그래서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을 더욱 감사했다. 역사 속 여러가지 문제와 더불어 진정한 '용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준 이 책을 가슴 속 깊이 생각하고 또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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