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늑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3
쓰시마 유코 지음, 김훈아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의 머리속에는 '늑대'에 대한 온갖 부정적 시각만 존재한다. 어렸을때 읽었던 빨간망토와 늑대 때문일까? 늑대는 음흉하고, 포악해서 가까이 할 수 없는 존재라고 늘 생각해왔다. 하지만 책의 서문에서는 늑대에 대한 다른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한때는 신성한 존재로까지 추앙받았던 늑대. 하지만 세월의 흐름과 함께 그들의 존재는 멸종하고 말았다. 이제는 정말로 이야기속에서나 늑대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아버지와 함께 묘지 근처를 떠돌며 살다가 보호소에 맡겨진 '미쓰오' 그리고 아기였을때 아버지를 잃어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유키코'는 우연처럼 서로를 만나게 된다. 무덤 근처를 돌며 유령처럼 살던 미쓰오는 실제로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온 죽음의 존재를 알게되고 어른이 되어서까지도 그 기억을 가지고 있다. 미쓰오에게 죽음의 존재를 알게 해 준것은 바로 유키코의 아버지. 유키코의 아버지는 가족을 버리고 사랑을 택해 자살한다. 미쓰오는 자신의 기억속에 존재하는 유키코를 찾아내 함께 여행을 떠난다. 세상이 '납치'라고 불렀던 그 사건은, 사실 소년과 소녀의 자그마한 여행이였던 것이다.

패전 후의 일본은 그야말로 정글이였다. 사람들은 늘 우울해했고, 살인과 납치, 도둑질이 만연하는 정글이였던 것이다. 그 속에서 소년과 소녀는 자신들의 이름을 버리고 모글리와 아켈라로 거듭나게 된다. 늑대의 대장으로서 사람의 갓난아기였던 모글리를 무리의 일원으로 받아들였던 아켈라. 모글리가 커서는 아켈라를 지키게 되지만, 연약한 모글리를 마음으로 받아들인건 아켈라였다. 소년 역시 그런 마음으로 소녀를 받아들이고 '우리는 한 피'라고 외치며 소녀를 보호한다.

가족을 버리고 자살한 아버지를 둔 소녀는 늘 우울해하는 어머니와, 정신지체인 오빠 사이에서 항상 외로웠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 목말랐던 소녀는 하루하루 똑같은 삶에 이미 지쳐있었다. 아기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묘지 근처를 떠돌며 죽음과 함께 살아왔던 소년은 어머니, 그리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에 소녀를 찾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 둘은 여행을 지속하며 점차 가족이 되어가는 것이다.

신화 속, 그리고 고대의 늑대는 고고한 존재였다. 신성한 존재로 추앙받던 늑대는 사람들에 의해 멋대로 흉악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어쩌면 소년 역시 사람들에 의해 흉악한 존재로 손가락질 받은것이 아닐까?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던 소년과 소녀의 여행은 결국 소년이 납치범으로 감옥에 가고 소녀는 어머니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끝을 맺게 된다. 소년의 진짜 이름도 몰랐던 소녀는 자신의 여행을 추억하며 소년을 기억하게 된다.

늑대가 웃는 모습을 본 적 있는가? 소년과 소녀 역시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와 웃어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그 둘은 서로 만나, 마음을 터놓고 여행하며 비로소 웃을 수 있었다. 정글같은 세상을 고고한 모습으로 거니는 늑대의 모습이야 말로 웃는 모습이 아닐까. 그런 늑대의 모습을 동경한 소년과 소녀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려 한 동안 책을 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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