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스콧 피츠제럴드를 만날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브래드 피트가 나오는 영화의 원작이 피츠제럴드의 작품이란 걸 알았을때도, 그 작가가 누구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으니까. 학생때 읽었던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라는 걸 알았을때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겼다. 피츠제럴드가 그려내는 그만의 세계는 어떤 것일까? 하고.

책의 제목이기도 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과 '리츠칼튼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는 피츠제럴드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늙고 추한 노인으로 태어나 갓난 아이로 죽어가는 설정을 어느 누가 할 수 있을까? 세상의 이치를 거스르고 갈 수록 젊어지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누구나 생각봤음직한 '불사'를 꿈꾸게 한다. 리츠칼튼 호텔만한 다이아몬드가 있다고 자랑하는 친구를 의심하는 주인공에게 친구는 정말 그만한 다이아몬드를 보여준다. 그리고 꿈에서만 생각해볼, 상상을 초월한 부를 경험한다. 도를 넘는 부는 결국 스러지게 되지만, 세상의 온갖 좋은 것들이 가득한 곳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1920년대 부유하고 화려한 시대를 상징하는 작가가 바로 피츠제럴드다. '재즈시대'라고 불리는 화려한 미국, 낙관주의로 가득찬 그 곳에 피츠제럴드가 있었다. 재즈시대를 대표한 작가라고는 하지만, 그만의 날카로운 시선이 책 곳곳에 표현되어 있다.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속물인 여성을 꼬집고(낙타엉덩이) 할 일 없이 한량인 젊은이의 모습을 비웃기도 한다.(젤리빈)

그저 허풍만 가득하다면, 가벼운 책이라고 내던질 수도 있겠지만, 피츠제럴드만의 날카로운 시선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인간이란 존재는 늘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니던가. 화려함 속에 숨어있는 비참함, 속물근정, 눈물을 잡아내어 표현한 그의 작품들은 뚝뚝 끊기는 단편의 단점을 보완하고 남음이였다.

고전의 재미는 그 시대의 분위기와 상황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피츠제럴드가 고전의 기분좋은 향기를 온 몸으로 내뿜어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였다고 생각한다. 기분좋은 그의 단편을 뒤로 하고 장편을 읽어 볼 차례다. 피츠제럴드의 진면목이 아직 남아있을 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