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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처럼 사랑을 요리하다 - 식탁 위에 차려진 맛있는 영화 이야기
송정림 지음, 전지영 그림 / 예담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다들 느껴봤을것이다. 좋은 영화를 보고난 후의 감정에 대해.
나는 내 맘속에 가득 들어오는 영화를 만나면 일단, 정신이 멍~해진다.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갈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는다. 영화를 만든 그들에게 마음 속 진심어린 박수를 보낸다. 영화에 대해 더 생각하고 싶어 집에 돌아갈 때 걷는다. 걸으면서 영화 속 장면, 대사, 음악에 대해 생각하고 생각한다. 이렇듯 좋은 영화가 내게 주는 영향은 꽤 크다. 늘 좁은 우물안에서 생활하던 내게, 멋지고 큰 세상이 있다고 알려주는 영화가 있어 행복해진다.
'영화처럼 사랑을 요리하다'안에도 멋진 영화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영화속에 등장했던 맛있는 음식들이 고소한 향기를 풍긴다. 내가 봤던 영화 소개에서는 그때 느꼈던 진한 감동을 다시금 느끼고, 미처 못봤던 영화는 영화를 감상한 듯한 착각에 빠져들곤 했다. 꼭 다시 스크린으로 통해 만나보리라 다짐하면서.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만나면서 나 또한 드넓은 아프리카 초원위에 서있어보고 싶어졌고, '카모메 식당'을 읽으면서 슬로우 라이프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바그다드 카페'속에 빠져선 진한 커피가 먹고 싶어졌고, '글루미 선데이'에서는 영화 OST에 푹 빠져보기도 했다.
영화와 함께 간단한 요리 레시피가 담겨있는데, 나같이 요리 초보자들에게도 쉽게 느껴지는 요리가 가득하다. 그 요리를 먹으면, 꼭 영화 속 주인공이 될 것만 같아 몇가지 쉬운 요리들은 실제로 도전해봤을 정도니까.
'우리는 모두 눈물의 계곡 속에 살고 있다. 삶은 고단하고, 무정하고, 슬프니까.'
어떤 소설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이 대사만은 생생하다. 생의 순간순간 절감하는 느낌이기 때문에.
사랑도 마찬가지. 후회와 미련과 아픔과 눈물 투성이. 그런데 그게 곧 인생이라고, 비틀거리는 발걸음이 곧 사랑이라고, 스텝이 엉키면 그것이 곧 탱고인 것처럼 스텝이 엉키면 그게 곧 사랑이며 인생이라고 말해주는 영화가 있다. 〈여인의 향기>
"잘못하면 스텝이 엉키죠. 하지만 그대로 추면 돼요.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지요"
스텝이 엉키면 넘어지기 마련이라 생각하지만,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가 될 수 있다고 알려준다. 영화는, 이렇듯 미처 생각하지 못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나만이 슬프고 외로운건 아니라고 위로해준다.
그래서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영화를 사랑하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