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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진의 만화 미국사 ㅣ 다른만화 시리즈 1
마이크 코노패키 외 지음, 송민경 옮김 / 다른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학생시절, 모두가 좋아하고 모두가 따르는 그런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그야말로 모든 면에서 만능인 그런 친구였다. 착한 그 친구는 반아이들이 모두 싫어하는 'J'라는 친구도 솔선수범하여 도와주곤 했다. 모든 면에서 존경할만한 그 친구의 또다른 모습을 본 건 방과 후 어느 오후였다. 잘 챙겨주던 J를 어느 으슥한 골목으로 끌고 들어가 땅바닥에 내팽겨치고는 더 이상 따라오지 말라며 때리고 악다구니 쓰는 모습-그 모습에 한참이고 그 자리를 뜨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하워드 진의 '만화 미국사'를 읽으며 위의 기억이 떠올랐다.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는 일이였는데 말이다. 미국은 앞뒤가 다른 내 친구처럼, 착하고 올바른 가면뒤에 흉악하고 추악한 얼굴을 감추고 있었다. 그 세세한 이면을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하워드 진이 알려주는 미국사는 훨씬 더 추악하고 추악한 것이였다.
인디언 말살에서 시작해서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제국주의와, 현재에 이르러서는 테러리즘에 맞선다는 명분에 이르기까지 미국이 내세운 다양한 전략과 슬로건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모두들 허울좋은 껍데기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은 정부와 몇몇 부자들의 배를 불리기 위한 뻔한 거짓말에 지나지 않았다.
스페인과 은밀한 거래를 통해 남아메리카에 대해 침략한 미국. 그리고 필리핀 침공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고 베트남 전쟁을 통해 그들의 야욕을 이루려했다. 사실이 드러날까봐 쉬쉬하고, 사실이 드러나면 바로 은폐해버리는 그들의 방식이 어쩌면 그리 매번 똑같은지. 그런 미국의 제국주의의 역사에는 수많은 약자들의 피가 스며져 있는 것이다.
"부시 정부는 9/11 사태를 기존 사고방식을 새롭게 변화시킬 기회로 삼는 대신에 제국주의가 또 한 번 발호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9/11이 사태가 제국주의에 준 영향은 결국 전쟁이였다. 미국은 자국민의 마음을 끌어안는 대신, 자신들의 제국주위를 다시 한 번 펼칠 수 있는 기회로 삼았을 뿐이다. 바로 이것이 미국이 간직한 역사요, 본 모습이였던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슈퍼영웅의 모습이 가득한 미국이 아닌, 자국민들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내정에까지 간섭하며 제국주의를 펼친 미국의 모습은 읽는 내내 당황스럽고, 당황스러웠다. 천사의 모습뒤에 숨겨진 악마의 모습을 보여준 내 친구처럼 말이다.
"어려울 때에 희망을 갖는 것은 어리석은 낭만주의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의 역사가 잔인함의 역사만이 아니라 열정과 희생, 용기와 관용의 역사라는 사실을 믿는 태도입니다. 만약 우리가 언제 어디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잊지 않는다면 그리고 사람들이 훌륭하게 처신해온 경우가 아주 많았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행동할 힘을 얻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국이란 나라가 대단한것은 잔인한 제국주의의 역사 이면에 또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과 세계를 위한 진정한 역사는 전쟁이나 제국주의가 아닌 다른 것에 있다는 것을 안다면 미국은 조금 더 다른 역사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 될 것이라 믿는 사람들이 많기에, 나 또한 욕심일지 모르나 조그마한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