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샤워 in 라틴 - 만화가 린과 앤군의 판타스틱 남미여행기
윤린 지음 / 미디어윌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겁이 많고 소심한 나는 주로 패키지 여행 상품을 이용하는 편이다. 일정이 잡혀있고, 이동할 수단이 마련되어 있으며 편안하고 안락한 숙소가 늘 대기하고 있는 패키지 상품은 편안하다. 하지만 편한 대신 단점이 있는데, 짜여진 일정이 너무나 빡빡하다는 것!

몇 해 전, 큰 맘 먹고 앙코르와트에 다녀왔을때, 패키지 일정에 질려버렸다. 가고싶지 않은 곳에 가야 하는것은 물론, 앙코르와트 사원의 멋진 모습에 반해 조금 더 머물고 싶은 내 바램을 가볍게 무시하고 다음 일정으로 넘어가는 가이드의 모습에 왠지 억울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바람샤워 in 라틴'의 저자 윤린은 그렇지 않았다. 한국의 빡빡한 일상에 이리저리 치이면서도, 라틴에서 즐기는 한가하고 여유로운 일요일을 상상하며 기어코 떠난 것이다. 그것도 멋지게! 산텔모의 일요일은 역시 배신하지 않았다. 싼 커피값과 살랑이며 불어오는 바람에 여유를 실컷 즐기는 윤린씨는 불현듯 어떤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어딘가로 향해 걸어가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뒤로 사람들이 계속 줄지어 그들을 따라 가고 있는 게 보였어요. 게다가 이 사람들 표정도 틀려. 뭐지? 저 건방진 여유로움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 나를 보고 카페 주인아저씨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 하셨습니다.
"도밍고(일요일이야)." -p.42

역시 남미의 일요일은 저자 윤린씨가 꿈꾸는 대로 달랐다. 온갖 종류의 물건들이 모이는 벼룩시장이 열리고, 흥겨운 탱고를 즐길 수 있었으며 광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상상만해도 즐거운 바람이 불어오는 듯한 도밍고~~~~

내일은 여기, 그리고 다음달엔 저기...라는 식의 빡빡한 일정이 아니라 마음에 들면 그곳에 몇 주고 머물며 사람들과 즐기는 여유로운 태도 역시 남미 여행에 매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소울메이트 앤군과 함께 세계 각지의 사람들을 만나며 그곳의 정취에 한껏 빠져드는 윤린씨를 보며, 어느새 나의 부러움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만 있었다.

마추픽추의 광엄한 장경, 유우이 사막의 화이트샌드, 이과수 국립공원에서 만난 폭포등은 여행길의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다. 여행 중간중간,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 만나게 되는 멋지고 멋진 광경들은 윤린씨와 더불어 나까지 숨이 턱~막히게 만들었다. 당장이라고 떠나고 싶을 정도로.

탱고를 추고 싶어, 일반인 신청자를 받을때 손을 번쩍 들기도 하고, 벼룩시장에서 조금의 사기를 섞어 물건을 팔기도 하며, 소울메이트 앤군이 떠났을때도 혼자 꿋꿋이 여행을 이어가는 윤린씨의 여행기를 따라가며 많이 웃고, 많이 감탄했다. 과연 나라면, 저렇게 과감하게 도전하고 뛰어들 수 있었을까? 곰곰이 생각하며.

윤린씨도 말했다. 여행길에 정해진것은 없다고. 어차피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내가 아무리 정해놓은 계획이 있어도 어떤 불가피한 상황에 의해 뒤쳐지기도 하고 빨리 이뤄지기도 하는 것 말이다. 손가락 빨며 부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나도 산텔모의 도밍고를 상상하며, 그곳으로 떠나야겠다. 지금은 상상속에서지만, 곧 이루어질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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