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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1 - 상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ㅣ 밀레니엄 (아르테)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밀레니엄I의 부제는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다. 책의 표지에는 예쁘장하게 생긴 소녀가, 보기에도 섬뜩한 여자들의 머리를 목걸이로 만들고는 얌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녀의 표정만으로도 수천가지, 수만가지의 말이 튀어나올것만 같다.
밀레니엄의 시작은 추리소설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보이는 경제 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경제 기자로 잔뼈가 굵은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금융계의 거물 한스 베네르스트룀의 비리를 고발하는 기사를 쓴다. 하지만 결국 그는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받고 자신의 기자 생명까지 바닥으로 처박힐 막다른 곳에 다다른다. 거기에다 자신이 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잡지 '밀레니엄'의 존속까지 위협받자 스스로 밀레니엄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때마침, 위기에 처한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에게 귀가 솔깃한 제안을 하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전통의 가족 기업 반예르 그룹의 명예회장 헨리크 반예르다. 헨리크 회장은 미카엘의 위기 상황을 건드리며 자신의 일을 맡아줄 것을 간청한다. 반예르 그룹은 한때 스웨덴 경제를 좌지우지 할 정도로 거대한 기업이였으나 현재는 경제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그룹이다. 비록 쓰러져가는 그룹일지라도 한때 기업총수를 지낸 헨리크 반예르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고 그의 제안은 무척이나 솔깃한 것이였다. 그렇게,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헨리크 회장을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반예르 그룹은 가족기업이다. 가족들이 회사의 지분을 일정하게 가지고 있고 가족내에서 회장직을 물려받으며 기업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가족'이란 이름은 냉정한 사실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한다. 반예르 기업 역시 그렇기에, 갈 수록 기업은 가족들의 세습속에서 조금씩 무너져갔던 것이다.
조상들이 이룩해놓은 것을 한단계 더 단단하게 다져놓은 헨리크 회장은 가족중에 똑똑한 손녀 하리에트를 후계자로 점찍는다. 하지만 하리에트는 어느 날 열린 가족 모임에서 감쪽같이 사라져버리고, 그 사실은 헨리크 회장에게 가슴아픈 일로 남아있게 된다. 삼십여년이 지난 세월, 모두들 그만두라고 하지만 노회장은 자신의 손녀를 찾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희망을 담아 미카엘에게 자신의 손녀를 찾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노회장의 집착이라 생각했던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차츰 사건의 열쇠를 찾아가게 된다. 사건 사진에서 하이에트의 놀란 표정을 찾아내고, 사건당일 하리에트가 본 것을 찾아내고, 하리에트가 적어놓은 이상한 구절이 성경 구절임을 알아내게 된 것이다. 그것은 성경구절과 함께 그것을 패러디한 엽기적인 살인 사건임을 알아낸 미카엘은 하리에트의 실종 사건이 그저 단순한 실종사건이 아님을 직감하게 된다.
미카엘과 함께 최고의 해킹 실력을 자랑하는 리스베트가 등장함으로서 이야기는 사건의 결말을 향해 치닫게 된다. 가족 기업인 반예르 가문은 그 속에 많은 비밀을 숨기고 있었다. 민족주의와 나치즘에 빠진 헨리크 회장의 형들은 광기속에 삶을 마감했고, 심지어 유대인의 피가 조금이라도 섞인 사람과 상대하면 자신의 딸 조차 '갈보년'이라고 부를 정도로 비상식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였던 것이다. 그 광기의 가문 속에서 하리에트는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희생되어 갔던 것이다.
사건을 하나하나 파헤쳐감에 따라, 미카엘과 리스베트는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된다. 하지만 결국 하리에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게 되고, 반예르 가문의 2대에 걸쳐 반복되어 오던 끔찍한 사건을 마무리짓게 된다.
이 책의 또 하나의 매력은 하리에트의 실종사건과 더불어 경제 기자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의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비리고발이 함께 전개된다는 것이다. 책의 첫장에 한스 베네르스트룀에게 비참하게 깨진 미카엘은 새롭게 만난 파트너인 리스베트의 도움을 받아 그가 저질러온 비리를 책 한 권으로 집필해 세상에 터트리게 된다. 결국 '슈퍼 블롬크비스트'가 승리하고 세상은 조금 더 정의로운 쪽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밀레니엄'은 한 가족의 어두운 역사를 파헤치는 동시에, 현 세계에서 일어나는 부조리에 대해서도 고발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며, 인간의 심연에 대해서도 깊은 성찰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어찌보면, 무모해 보일 수 있는 사건을 멋진 추리와 함께 잘 풀어가는 미카엘과 리스베트를 보며 정신없이 밀레니엄에 빠져드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앞으로 전개 될 밀레니엄은 어떤 방향일지 너무나 궁금해졌다.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닌, 책을 덮은 뒤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밀레니엄의 다음 이야기가 너무나 기다려진다. 어떤 이야기와, 사건들로 나를 책 속에 빠져들게 할 지....다음 밀레니엄을 읽을때는 절대 저녁에 책을 잡지 않으리라. 자칫하면, 이번처럼 밤을 꼬박 세워 읽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