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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레시피
다이라 아스코 지음, 박미옥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요리와 연애는 묘하게 닮아있다.
식은 음식이 맛있게 느껴지는 요리도 있지만, 대부분의 요리는 막 조리한 따끈따끈한 상태일때 먹어야 제일 맛있는 법이다. 사랑 역시, 오래되어 미지근한 것보다는 정열이 마구마구 뿜어져 나올 때 제일 재미있다. 아무리 간단한 요리라도 처음 시도해 보는 요리는 실패하기 마련이다. 하면 할 수록 익숙해지는 요리처럼, 사랑 역시 미숙한 첫사랑을 실패할 확률이 높다. 사랑 역시, 이것저것 경험해 보는것이 중요하다고들 말한다. 싫어하는 음식과 좋아하는 음식이 확실한 것처럼, 자신의 연애상대 역시 확실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아...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듯이.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로 요리와 연애는 닮아있다. 그래서일까?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꼭 내 손으로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대접하고 싶다. 밖에서 만들어진 인스턴트 음식이 아닌, 이것저것 싱싱한 재료들로 정성껏 만들어진 따뜻한 음식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을 가진 건 나 하나뿐일까?
'오늘의 레시피'에 등장하는 개성 강한 인물들은 요리에 젬병인 사람도 있고,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서로 얼굴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지만 그녀들은 결국 요리 하나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도하고 이별하기도 한다.
콧대 높은 대학강사와의 연애에서 늘 지치기만 한 사오리는 꿩 대신 닭이라는 심정으로 자신을 쫓아다니는 도시야를 따라 데이트를 하게 된다. 이상한 전채요리에 질릴 즈음, 맛좋은 대합구이를 음미하며 도시야의 매력을 발견하게 된 사오리는 자신의 사랑이 다시 시작될 것임을 알게된다.(야만인의 식욕) 어렸을때 양파에 대한 안좋은 추억을 가진 시나는 사회생활이 힘들 정도로 양파 혐오증을 보이지만 사랑하는 남자로 인해 양파에게 조금씩 다가갈 용기를 얻는다.(우는 건 싫어) 아버지뻘 되는 다카무라의 묘한 매력에 끌리던 로미는 그가 해주는 '버터밥'에 넘어가 결국 연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황홀한 관계)
다양한 요리와, 다양한 레시피가 존재하듯 다양한 연애 역시 존재할 것이다. 그녀들의 달콤쌉싸름한 연애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니 각 장에 등장하는 맛좋은 요리의 향까지 실려오는것 같아 책을 읽는 내내 웃음과 함께 입가에 흐르는 침을 주체할 수 없었다.
가끔 맛좋은 요리가 목에서 걸려 체하기도 하듯이, 사랑 역시 뜻하지 않게 마음에 깊은 생채기를 낼 때가 있다. 하지만 다른 맛좋은 요리를 먹으면 행복해지듯, 또다른 사랑이 찾아오면 사랑으로 인해 생긴 상처 위에 예쁜 새살이 돋는 걸 느끼게 된다.
그녀들의 사랑 이야기와 맛좋은 음식들을 눈으로 읽으며 나 역시 맛있는 음식과 달콤한 연애가 하고 싶어졌다. 나에게 또다시 예쁜 사랑이 찾아온다면 기필코 버터밥을 함께 나눠 먹으리라 다짐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