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지여 꿈을 노래하라 1 ㅣ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2
밀드레드 테일러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08년 5월
평점 :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 그리고 그쯤의 차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의 폭력은 신문과, 라디오, 텔레비전 뉴스에서 늘 보아오던 이야기다. 늘 접하던 이야기라서 그럴까? 갈 수록 높아지는 수위에 마음이 아파지기는 커녕, 점점 무뎌지는 것은.
'대지여 꿈을 노래하라'의 시대는 1880년대 남북전쟁이 끝난 상황을 그린다.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유색인에 대한 차별이 뼛속까지 스며들어 있던 시기다. 폴 에드워드는 백인 아버지와 인디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유색인이다. 겉보기엔 백인처럼 보이지만, 피가 섞였다는 이유로 백인 사회에서 내쳐졌을 뿐 아니라 유색인들 사이에서도 따돌림 당한다. 폴은, 태어났을때부터 외톨이였다.
자식을 사랑하고 열린 사고를 가진 아버지 때문에 폴은 버려지지 않고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곧 쓰린 현실을 접하게 된다. 아무리 같은 형제라도 형제사이 이전에 유색인과 백인이라는 거대하고 높은 벽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같은 나이의 로버트는 백인전용 학교에 진학해 편하게 공부한 반면, 폴은 야학을 병행하며 기술을 익혀야했으니 말이다. 어쩌면 다른 백인 형제들보다 폴이 아버지에게 더 좋은 파트너가 되었을지 모른다. 말도 잘 다루고 땅을 사랑하는 마음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폴은 유색인이였다. 깜둥이였다. 자고나란 아버지의 땅을 고향이라 여겼던 곳에서 더이상을 살 수 없게 되버린다.
온갖 힘든일을 하며 떠도는 동안에, 폴은 모든것을 '땅'에 집중한다. 아버지가 가졌던 땅처럼 모든것이 풍족하고 아름다운 땅을 가지는 것, 그곳에 나만의 집을 짓고 나의 가족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것, 그것만이 폴의 모든것을 지배하게 된다.
유색인에 대해 차별이 만연하던 그 시절, 폴이 땅을 갖기에는 너무나 많은 장벽과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폴은 주저앉지 않았다.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을 떠나보내도, 형제같던 미첼이 처참하게 죽었어도, 몇 년을 고생해 개간지로 만든 땅을 몽땅 빼앗겼을때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온 세상에 뿌리깊게 자리잡았던 온갖 차별은, 폴에게서 '희망'이라는 단어만은 빼앗지 못했다.
유색인에 대한 차별만이 비단 1800년대의 일만이라 할 수 있을까? 현재에도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나와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심지어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이 세상엔 차별과 폭력이 난무한 것을. 폴은 이야기한다. 온갖 역경이 있다는 이유로 주저앉는다면 결코 내일은 없다는 것을.
세상의 온갖 억압과 폭력을 몸 하나로 버텨내며 폴은 결국 승리했다. 그가 자신 소유의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 희망의 햇살이 내게 비춘것처럼 말이다. 버스안에서 눈가를 몇 번이고 훔쳐내며 책을 읽어 내려갔지만, 다 읽은 뒤 내게 폴은 진정한 희망을 선물했다. 옛날에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억압과 폭력은 전염병처럼 돌고 있지만, 폴이 내게 이야기해준 희망은, 용기는, 사랑은 언제까지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