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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그릇 1
신한균 지음 / 아우라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알고 있는 도자기란 그저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옛날 물건, 거기에다 다루기 어렵고 까다로운 물건에 불과했다. 신의 그릇을 읽기 전까지는...
일본군이 조총을 들고 조선을 침략했다. 그들은 조선의 백성, 유물, 혼까지 모두 빼앗아가면서 동시에 그릇까지 탐을 내었다. 그들은 조선의 그릇을 신을 모시듯 다루었다. 그래서 양반들에게 천한 상것 대접받던 신석은 일본의 후한 대접에, 처음엔 일본인이 되어버릴까하는 마음을 먹기도 했었다. 하지만 곧, 조선인 도공의 정신은 조선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도 잠시, 전쟁이 끝을 보이면서 일본인은 조선의 도공들을 일본으로 끌고간다. 더 좋은 그릇은 조선의 도공들에게서 빚어지는걸 알았기 때문이다. 하루 아침에 고향과 부모와 생이별을 하게 된 신석은 절망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그릇을 빚기 시작한다. 살기 위해, 그리고 조선의 혼을 잊지 않기 위해.
그는 일본에서 조선인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한다. 노예로 팔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일본에서 받은 돈으로 그들을 구하고 '고려촌'을 세워 도자기 마을로 만든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빚고싶은 황도를 위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다른 조선인들은 택하지 않았던 고향행을, 신석은 감행했던 것이다.
그릇엔 혼이 담겨 있는 것 같다. 도예가가 쓴 소설이라 그런지, 세세한 그릇빚는 장면은 그 생각을 더욱 확실하게 해주었다.
"우리는 대를 이어 옥 같은 도자기를 남긴다. 도자기는 영원하지 않으냐. 그런 우리 삶이 누구보다도 값진 게야."
조선에서 천대받은 도공들은 일본에서 사무라이 도공이란 칭호를 받으며 인정 받았다. 비록, 고향과 부모형제와 헤어진 뼈아픈 이별이였지만 그들의 그릇이 인정받았기에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그릇과 그 속에 담긴 혼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았다.
"용은 가마의 불때기를 보고 만들어낸 상상의 동물이다. 용이 물고 있는 여의주는 가마 속의 도자기를 가리킨단다."
석의 할아버지가 한 말씀속에 조선 도예공들의 정신이 담겨있는것 같다. 용의 모습속에 담긴 도자기는 그 모습만으로도 상서롭다. 조선시대에는 비록 그 정신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했지만, 현세에선 제대로 평가받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도 읽어낼 수 있었다.
이제 도자기를 볼 때, 그 안에 담겨있는 도공들의 모습도 함께 보일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