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말하는 '악인'은 누구입니까?

악인 ㅣ 오늘의 일본문학 6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저는 가끔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악'이라는 것에 대해서 말입니다. 텔레비전에서 떠드는 끔찍한 사건들-예를 들면, 어린아이를 납치해서 유기한다거나 아내를 죽이고 암매장한다거나 하는 입에 담기도 끔찍한 일을 벌이는 사람들이야말로 '악인'이란 표현이 어울릴테지요. 

반면에 이런 사람들도 악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자신이 조금 잘나고, 조금 더 돈이 많다는 이유로 친구를 무시하는 사람들. 또한 나 자신만 생각하느라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사람들. 이런 사람들 역시 마음속에 '악'이란걸 품고 있지 않을까요? 사회의 이슈가 되는 사건을 벌인 사람들만 '악인'의 범주안에 몰아넣기엔, 제 주변에 악을 품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눈에 띄더군요.

악인에 등장하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일겁니다. 요시노를 교살한 유이치는 누군가에게는 악인이였지만, 누군가에게는 평생에 걸쳐 기억되고 사랑할 사람이였습니다. 창녀라고 손가락질 받은 요시노는 어땠나요. 그녀 역시 유이치에게는 용서받지 못할 여자였지만, 반면 어느 한순간이나마 멋진 남자에게 사랑받고픈 평범한 젊은 여자였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전 생각했습니다. 어느 한 단면만 보고 무언가를, 누군가를 '악인'으로 판단하기엔 너무나 어렵고 힘든 일이라고 말입니다. 흔히 말하는 '악'이란 것은 누구나의 마음속에 조그맣게 자리잡고 있다가 어느 순간이 다가오면 폭발하는 어떤 감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했습니다.

인간이란 존재는 너무나 나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존재이기 때문에 그 어떤 사람이라도 '악인'으로 돌변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신문과 뉴스에서 살인자라고 손가락질하는 유이치를 애뜻하게 바라볼 수 있었고 창녀라고 손가락질 받는 요시노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무턱대고 그들을 손가락질 하기엔 저 역시 제 안의 '악'을 마냥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겠지요.

어쩌면 악이란 것은 말이지요, 인간의 약함을 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선한 사람이 될 수도, 악한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강해진다고 해서 선한 사람이 되는건 아니지만 우리들의 추악함 속에서 악이 강해진다고 하면, 진정한 사랑 속에선 선이 강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그래서 유이치가 미쓰요를 만나 진정한 사랑을 나눌 때 유이치와 같이 생각했습니다. '요시노보다 조금 더 빨리 미쓰요를 만났더라면'하고 말입니다.

악인은 누구인가?라는 것보다는, 인간의 약함에 대해 말한듯하여 책을 읽는 내내 제 안의 악을, 약함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비록 말로 내뱉지 않고, 행동으로 실행하지 않아서 그렇지 제 안의 악은 유이치나 요시노의 악보다 악랄하고 비열할지도 모를 일이니 말입니다.

그래서 전 묻고 싶습니다.
당신이 말하는, 당신이 생각하는 '악인'은 누구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