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선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내가 가진 직업 특성상, 자주 피를 대하고 접한다. 자신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늘 인상을 찌푸리며 못본것을 본듯이 고개를 매몰차게 돌려버린다. ''라는 속성은 그런 것이다. 새빨간 그것은, 죽음을 연상시킨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돌려버린다.

여기, 피의 웅덩이 속에서 끌려나온 한 남자가 있다. 전 무호흡 잠수 챔피언 자크 르베르디는 자기 자신을 놓아버릴 정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사람들에게 끌려나온다. 그의 옆에선 방 안 가득 피를 흘린채 죽어있는 알몸의 여자가 있다. 그는, 모든 정황으로 보아 명백한 살인자임에 분명하다.

그런 살인자에게 관심을 가진 사람이 있었으니, 범죄사건을 중심으로 다루는 기자-마르크 뒤페라이다. 마르크는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을 두 번이나 끔찍한 방법으로 잃고 진정한 '악'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오래전부터 고민해왔다. 그는 자크 르베르디의 사건을 취재하면서 흥분하게 된다. 그를 파헤치면, 오래전부터 고민해오던 자신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자신만의 의식을 숨기려는 살인자와, 그것을 파헤치려는 기자의 심리전이 시작된다. 숨기려는 자와, 알아내려는 자. 그리고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살인자와 점차 드러나는 살인사건의 전모. 그리고 의식이라 불리는 살인의 절차가, 점차 무호흡에 빠져들듯 나를 옥죄여왔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엔 어떤 ''이 존재한다. 그 선을 넘으면 '시체와 공포가 푯말처럼 이어진 선-검은 선'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르베르디는 어렸을적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그 선을 넘었다. 그는 검은선에서 자신만의 의식에 몰두하고, 결국은 희생자의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검은피에 자신의 광기를 내걸게 된다.

살인자를 쫓아가던 마르크 역시, 르베르디의 흔적에서 구토를 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면서도 그를 놓지 못한다. 그러면서 점차 자신을 놓아버리고 르베르디를 따라 선을 넘어 검은선으로 쫓아가게 된다. 그는 자신안의 악을 마주대하고는, 결국 그 악에 삼켜져버렸다. 

산소와 결합하여 우리몸에 필요한 것을 제공해주는 새빨간 피는 어떤면에서 경이롭다. 하지만 산소를 잃고 시커멓게 변해버린 검은피는 그 의미를 잃어버린채 죽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마르크는 몸속의 피까지 시커멓게 변해버렸다. 진정한 의미를 잃어버린 것이다. 누구나 마음속에 ''을 가지고 있고, 때로는 그것을 조용히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을 대할땐 조심해야 한다. 니체의 말처럼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심연도 우리 안으로 들어와 우리를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그랑제가 보여주는 악의 심연으로 당신을 초대하고 싶다. 단, 자신안의 악을 마주대할 수 있는 용기있는 사람이여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깊은 심연이 당신을 검은선으로 데려가 버릴지도 모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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