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조선사 - 역사의 새로운 재미를 열어주는 조선의 재구성
최형국 지음 / 미루나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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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드리마 속 사극에서 연일 보여주는 왕실의 모습이 아닌, 일반 조선 백성들의 모습은 어땠을까? 그리고 근엄한 모습으로 국정을 보는 왕들의 사소한 일상은 어땠을까? 그들의 모습을 상상할때면 즐거워하며 미소짓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뚱뚱한 거구의 몸으로 곤룡포를 휘날리며 밤새워 공치기를 하던 세종, 불꽃놀이 보는 것을 너무나 좋아해 신하들의 만류에도 끄덕않던 성종, 담배 예찬에 푹 빠진 정조의 새로운 모습들.

그리고 비록 노비의 몸이지만, 자식을 낳으면 100일간 휴가를 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그리고 그 남편 역시 30일간 일에서 벗어나 아내를 돌볼 수 있었던 조선식 육아휴직. 외국 소설속에서만 존재하던 '로빈슨 크루소'가 실제 조선에서도 존재했었다는 사실-지구의 반을 돌아 끈질기게 살아서 귀환한 홍어장수 문순득이 그 주인공이다. 현재의 한류열풍 못지않게 큰 인기를 누렸던 조선통신사의 끝없는 행렬.

비록 한시적이였지만 노비들에게도 육아휴직을 선물한 세종의 혜안은 지금의 시대에서도 놀랍다.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오겠다는 일념으로 지구의 반을 돌아 고향으로 돌아온 문순득 역시 소설의 주인공이라 해도 믿을만큼 흥미롭다. 현재에도 학생들의 흡연으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그 시절 역시, 아이들까지 담배를 피워 문제가 됐다니 동시대의 문제가 한순간 겹쳐지니 재미있다.

이처럼 조선은 현재와 닮아있다. 조선시대로 인해 현재를 돌아볼 수 있고, 현재로 인해 조선시대를 되짚어 볼 수 있다. 거울 속 나의 모습을 보듯, 조선시대를 살아간 그네들의 모습은 재미있고 흥미롭고, 또한 가슴을 울리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진정 작지만 우리네 삶 속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한 작은 관심이 시작되면 그것이 커다란 역사의 조각 맞추기로 연장될 수 있으리라. 시인 김춘수님의 시처럼 역사는 내가 그들의 이름을 불러 줬을 때 비로소 의미 있는 '꽃'이 된다."

작가의 말처럼 커다란 역사 속의 소용돌이를 살아간 그네들의 삶을 진정으로 이해하면 현재의 우리의 삶 역시 그들의 역사와 맞물려 큰 역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소소한 일상이 정겹고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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