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의 뜨개질 클럽
케이트 제이콥스 지음, 노진선 옮김 / 대산출판사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워커 모녀 수예점'은 소위 '성공'한 가게다. 무엇인가 취미를 갖고자하는 여자들이 줄을 지어 수예점을 찾고, 잡지나 텔레비전에 소개될 정도로 입소문을 탄 가게다. 그 가게속에 가게주인 조지아와 그녀의 딸 다코타가 있다. 

그리고 조지아와 다코타를 항상 따뜻하게 감싸주는 애니타가 있다. 패션의 최첨단을 걷는 페리가 있고, 뜨개질에 관심 없어보이는 루시가 있다. 뜨개질보다는 논문에 더 관심이 많은 다윈이 그녀들 사이를 서성인다.

항상 자신에게만 관심있는 삭막한 뉴욕도시 한가운데 '금요일 밤의 뜨개질 클럽'이 생긴 건 어쩌면 우연일지 모른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모임은 점점 더 활기를 띄어가고 자신들의 문제에만 직면해 허덕이던 그녀들에게 서로의 관계에 대해 눈을 뜨고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전남편이 나타나 자신의 공간을 침범해 골머리를 앓는 조지아, 루시의 임신, 남편을 잃고 외롭게 살아가던 애니타의 새로운 사랑, 그리고 남과의 관계가 엉망인 것처럼 뜨개질 솜씨 역시 엉망인 다윈까지.....그들의 문제는 해결할 수 없이 엉망인 뜨개질 뭉치인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엉망인 뜨개질 뭉치도 결국 매듭이 풀리는 지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녀들의 매듭이 풀리는 시점은 바로 '금요일 밤의 뜨개질 클럽'이였고 일주일의 고단한 삶속에서도 뜨개질 클럽이 모이는 시간을 기다릴 수 있었던 것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그 관계를 뜨개질의 각 순서와 더불어 절묘하게 표현해냈다. 책을 읽으며, 내가 사람들과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뜨개질은 한 코, 한 코 어울리며 멋진 작품을 이뤄나간다. 뜨개질의 코 중에서 하나만 빠지거나, 덧붙여져도 그 작품은 이가 나가거나, 보기 싫은 작품이 될 것이다. 인간 관계도 마찬가지 아닐까? 우리는 늘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상처를 받기도 하고, 사랑을 받기도 하며 하루하루 이어가지만 그 관계가 아주 작은 시점에서 어그러지면 코가 빠진 작품이 망쳐지듯, 관계 역시 모래성처럼 사그러지고 만다.

<미완성 작품을 계속 붙들고 있게 만드는 건 은밀한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제대로 해내리라, 다시 저 작품을 시작해 마침내 이번에는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내리라, 이번에는 각 부분들이 꼭 들어맞기를 꿈꾸기 때문이다. 심기일전하여 다시 시도하기 전까지는 실패가 우리를 계속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우린 그저 바늘을 집어 들고, 뜨개질을 계속 하는 수밖에 없다>

빠진 코는 다시 메꿔넣으면 된다. 헝클어진 코는 다시 풀어 처음부터 시작하면 된다. '금요일 밤의 뜨개질 클럽'은 뜨개질의 아름다움과 함께 그녀들의 일상을 통해 관계를 돌아보게 해준다. 그래서 그녀들의 뜨개질 클럽에 꼭 한 번 놀러가, 그녀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진다. 내 이야기를 풀어놓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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