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김앤장 - 신자유주의를 성공 사업으로 만든 변호사 집단의 이야기 우리시대의 논리 10
임종인.장화식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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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 사람은 머리 아프고 골치아픈 일은 딱 질색이다. 그래서 텔레비전이나, 뉴스에서 정치 이야기나, 경제 이야기가 나오면 두 눈과, 귀를 막고 나몰라라 했었다. 나와는 관계없는 일인듯 행동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의 내 행동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였는지 깨닫게 되었다.

김앤장-나같은 문외한도 한번은 들어봤음직한, 그래서 누구나 알만한 우리나라 최고의 법률회사이다.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세계화의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해 일명 김앤장 모델이 되고 법대생들의 로망이 되는 동안, 한국의 민주주의는 근본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김앤장은 우리 사회 재력을 자랑하는 재벌과 투기자본이 법적인 문제가 생길 때마다 앞 다투어 찾아가는 곳이다. 재경부와 금감위와 공모해 은행 인수 자격이 없는 론스타에게 자격을 만들어 준 것도 김앤장이다. 삼성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을 통해 경영권을 불법으로 승계하는 과정에서 변호를 맡았고 허위사실 조작을 도운 것도 김앤장이다. 한화 김승연 회장 보복 폭행 사건을 둘러싼 재판에서 김승연 회장의 변호를 맡은 것도 김앤장이다. 2006년 구속 수감되었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변호도 맡았다. 진로그룹 대 골드만삭스 분쟁과 SK그룹 대 소버린의 경영권 분쟁 당시 양 소송 당사자를 모두 변호했다.

"만인은 법 앞에 공정한 대접을 받고 있는가?" 아마 이 물음에 대해 긍정적으로 대답하는 사람은 매우 소수일 것이다. 오히려 '법은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의 편'이라는 생각이 우리들 가슴속에 깊이 박혀있는 실정이다.

우리 사회에서 법률의 역할은 무엇일까? <변호사법>은 사회정의, 국민인권, 공공성의 가치를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지만, 변호사의 법률 서비스에도 역시 사업의 측면이 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공공성의 가치와 수익성의 논리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부여하는 문제는 아마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 모두의 고민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김앤장에게 그런 수준 높은 기준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 김앤장이 그간 해 왔던 '법률사업'을 분석하면서 우리가 말하고자 한 것은, 최소한 불법은 행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권력을 가진 국가라고 해서, 부를 가진 거대 기업이라고 해서 국민들의 눈을 가리고 뒤편에서 그들을 위해 온갖 술수로 자신들만의 배를 불려간다면 그건 분명히 '불법' 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평등한 권리 위에 군림하고 있는 법률 전문가의 존재를 무비판적으로 용인할 수만은 없다. 최소한 김앤장의 실제 모습과 사회적 역할을 객관화하는 것에서 시작해,보이지 않는 권력과 잘못된 신화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도록 방치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해 가야 할 것이다. 과도할 정도로 특권화되어 있는 법의 영역 역시 민주주의의 가치와 원리에 맞도록 변화시켜 가는 일이 중요하다. 이 일은 법률 전문가에게만 맡길 일이 아니며, 우리 사회 모두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259-260p)

책을 읽으며 많이 배우고, 많이 반성했다. 그저 떠들썩한 사회 일면들이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그 전처럼 평온한 날들이 돌아오길 바랬던 나의 안이함을 반성했다. 좋은게 좋은거 아니겠냐며 힘없는 사람들의 눈물을 외면했던 나를 반성했다. 저자 임앤장의 말처럼 김앤장의 문제는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할 문제이다. 더이상 나처럼 외면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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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마니타스 2008-03-11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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