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버린 여인들 - 實錄이 말하지 않은 이야기
손경희 지음 / 글항아리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어느 시대이든지, 하층민 여인들의 삶은 고단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조선시대만큼 그녀들이 고단했던 시대가 또 있었을까 싶다. 남성과 여성의 입지가 거의 평등했던 고려시대가 무너지고 새로운 조선이 들어섰다. 조선은 망한 고려를 대신해 새로운 윤리를 내세워야했다. 그래야 국가의 질서가 제대로 잡힌다고 생각했다.

성리학적 윤리를 내세워 여성들에게'' 무자비한 압박을 가했다. 친척외에는 친구도 만나지 못하고 하고, 삼강행실도에서 '열녀편'을 제작해 오로지 자신의 남편에게만 복종하고 순종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여자종에게는 강상 윤리가 적용되어 주인이나, 주인마님에겐 어떤 반항도 할 수 없었다. 살기 위해선 그저 바짝 엎드려 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실록에서조차 일반 여성들이나, 밑바닥 삶을 살았던 여인들에 대한 기록은 없다. 다만 실록에 언급되는 여인들은 왕에게 그 사실이 보고될 정도로 사회적 파장을 크게 일으킨 경우에만 기록되었다.

책에 기록된 33人의 여인들의 사건을 살펴보노라면, 그들의 억울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꿈에 남자를 봤다는 이유로 처참하게 난자당해 죽은 고읍지(32p)는 결국 억울한 죽음으로 남았다. 고읍지를 죽인 남자는 왕의 아들이였기에, 사건이 허겁지겁 덮여졌기 때문이다. 아들과 아버지 사이에서 성적 노리개 신세가 되었다가 억울하게 쫓겨난 파독(297p), 두 남자 사이의 싸움에서 결국 억울하게 혼자 죽임을 당한 근비(93p)등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들과 함께 고문당하다 억울하게 죽임당한 여자들이 수도없이 등장한다.

앞서 말한것처럼, 성리학적 윤리와 강상 윤리를 적용하여 종이나 노비였던 그녀들의 죄를 크게 물은 이중적 잣대의 시선도 있겠지만, 권력의 힘에 의해 왕이나 고위 대신들에게 비호를 받은 남자들은, 상대적으로 비천한 여인들보다 법의 굴레에서 자유로웠다. 하층민 여성들은 노비가 되어 멀리 변방으로 쫓겨나거나, 심하면 참형이나 교형등의 사형에 처해졌다. 하지만 남자들은 잠시 파직되었다가 다시 복직되어 승승가도를 달린 경우가 많았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조선시대의 남성위주의 법과 관습은 뿌리깊게 전해져내려와 아직도 여성에게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조선시대에 버림 받았던 그녀들의 삶이 먼 시대의 실록 속 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어제 일어난 이웃집 사건처럼 생생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불합리한 상황속에서도 그녀들은 살아남고자 애썼다. 자신의 억울함을 피력하기도 했고, 자식에게 상처가 되면 강상윤리를 어기고서라도 관아게 고발했으며, 온갖 질투속에서도 자신의 살길을 찾았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안타까움에 몸서리치면서도 끝까지 책을 놓지 못했던것 같다.

자칫 야사로 그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작가의 상상력과, 깊이 읽기라는 챕터를 통해 잘 구성한 <조선이 버린 여인들>. 대한민국의 여성이라면 꼭 한 번 읽고 과거, 현재, 미래를 통찰할 수 있는 시선을 가지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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