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집
전경린 지음 / 열림원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집을 나간 엄마가 십년동안 타지를 돌며 이를 악물고 장만한 집. 딸 호은이와 함께 살기 위해 장만한 집. 호은이는 낡고 어둑한 집을 보며 애써 담담한 척 고개를 돌리지만 푸근한 그 공간에 어쩌면 안도의 감정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호은이의 시선에 따라 전개되는 내용은 생의 모든것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랑은 무엇인지, 여자는 왜 아이를 낳는지, 엄마와 아빠는 사랑하기는 한건지, 사랑했다면 왜 이혼한건지...끊임없이 모든 것에 질문을 던지고 엄마는, 엄마의 집에서 담담하게 그러나 가슴속에 잔잔한 파문을 그리며 모든 질문에 대답을 해준다.

<엄마의 집>에는 모두 상처받은 사람들 투성이다. 386세대로 모든 체제에 저항하다 결국은 가정까지 버린 아빠, 그런 아빠에게 버림받다시피한 엄마,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외가집에서 긴 세월을 홀로 보내야 했던 호은, 그리고 아빠가 호은이에게 덜렁 맡겨버린 승지까지. 상처받은 사람들은 엄마의 집에서 서로의 상처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엄마는 아무 내색도 하지 않고 담담하게 승지와 제비꽃을 대하고, 승지와 호은이는 서로의 mp3를 통해 소통하게 된다. 

그렇게 <엄마의 집>은 치유의 공간이자,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곳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호은 역시 상처받은 지난 어린날을 되돌아보며 엄마의 집에서 엄마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이 세상에서 '여자'로 살아가기란 너무나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여자는 결혼을 함으로써 아내가 되고, 아이를 낳음으로써 엄마가 된다. 여러가지로 불리며 여자라는 정체성을 상실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세상을 향해 소리칠 기운도 없어져버리면, 가족이란 달콤한 구성원속에 묻혀버린채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생을 마감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엄마의 집>은 '여자', '여성'으로서 이 세상에 독립을 고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나만의 공간을 가짐으로써 어떤것에 속한것이 아니라 나의 모습으로 올곧이 똑바로 설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그렇기 때문에 엄마는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고, 호은 역시 세상과 맞서 싸울 수 있는 멋진 여성으로 재탄생 할 수 있었던 것이다.

 <If life gives you a lemon, make lemonade>

생은 내게 시어빠진 레몬 따위나 줄 뿐이지만 나는 그것을 내던지지 않고 레모네이드를 만들 것이다. 비로소 호은이는 엄마를 가슴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상처를 깊이 들여다보며 세상과 소통할 준비가 되었다. 그리고...나 역시 세상과 맞설 준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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