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기억의 박물관 1 비룡소 걸작선 49
랄프 이자우 지음, 유혜자 옮김 / 비룡소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잊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했던 기억들은 언젠가 모두 과거 속으로 사라진다. 그것이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시간이라는 장막속으로 희미하게 사라져간다. 가끔 일기장이나, 사진을 보며 과거를 추억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뿐이다. 또한 무엇이든 빠르게 지나가는 현재에서는, 과거를 추억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사람을 퇴물 취급하니 더욱더 과거와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잃어버린 기억의 박물관>'기억'에서부터 출발한다. 쌍둥이 남매인 제시카와 올리버는 무언가 찜찜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난데없이 들이닥친 형사들로부터 천청벽력같은 소식을 듣는다. 자신들의 아버지가 사라졌다는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쌍둥이 남매는 아버지란 존재가 기억에 없다. 아버지의 얼굴도, 함께 했던 기억도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자신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진 아버지를 추적하며 쌍둥이 남매는 잃어버린 기억의 도시 '크바시나'를 알게 되고 올리버는 크바시나로, 제시카는 현실에 남아, 현실과 잃어버린 기억의 도시를 지배하려는 크세사노에 대항해 싸우게 된다.

이 소설을 단순 환타지물로 치부해버리기엔 너무나 매력적인 요소들이 많다. 우선 과거의 실존 인물들의 등장과 고고학적인 지식들, 또한 이라크에서 출토되어서 현재 독일 베를린의 페르가몬 박물관에 복원된 '이슈타르 문'에 얽힌 역사와 전설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또한 상상만으로 이루어낸 '크바시나'의 세계는 한 번 가보고 싶을 정도로 사실적이다. 올리버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주는 유리새 니피, 상상의 동물 페가수스, 올리버가 잃어버렸던 아침 노을 붓, 그리고 장군복 코퍼. 그리고 올리버를 매 순간 숨막히게 쫓아오는 수색대원 파추추까지 매 장마다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교훈은 바로 <기억>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는 너무나 많은 사실들을 빠르게, 그리고 너무나 순식간에 기억 저 너머로 던져버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간다. 기억은 우리가 살아가야 할 밑바탕이 되어준다. 과거의 경험으로 인해 미래의 그림을 설계할 수 있듯이 말이다. 전쟁, 나치에 인해 학살당한 유태인의 과거 모두 서서히 묻혀가는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잊혀져 크바시나에 묻혀진 기억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서로 각자 살아가기 바빴던 쌍둥이 남매와, 아버지와의 애틋한 정 역시 읽는 내내 미소짓게 한다. 가족간의 사랑이야 말로 온갖 어려운 시련을 이기게 해주는 발판일테니 말이다. 

기억하고자 했으나, 살아가기 바쁘다는 이유로 새카맣게 잊고 살았던 나의 과거를 천천히 되짚어보았다. 내가 기억함으로 인해, 크바시나에서 조용히 흐르고 있던 나의 과거들이 조금은 빛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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