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대 클럽
텐도 아라타 지음, 전새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붕대 클럽>안에는 자신의 상처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와라는 부모의 이혼으로 사랑 따위는 믿지 않게 되었고, 단시오 역시 실연의 상처로 아파한다. 친했던 친구들이 공부, 집안환경 따위의 이유로 서서히 멀어지게 되고 '사투리 클럽'을 결성해서 자신들의 유대감을 쌓아가던 친구들은 결국 뿔뿔이 흩어지고 만다.

학교 수업을 땡땡이치고 병원 옥상에서 하염없이 거리를 내다보던 와라에게, 처음으로 붕대의 효험을 알려준 디노. 상처입은 자리에 붕대를 둘둘 감아놓았을 뿐이지만, 위로받았다는 느낌에 와라는 마음이 따뜻해진다. 우연같았던 그 일을 내내 마음속에 담고 있던 와라는 친구에게 붕대를 감아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해주고, 그 일을 계기로 '붕대 클럽'을 결성하게 된다.

붕대를 감으면 마음이 가벼워지는 까닭은 상처가 나았기 때문이 아니라 '나는 여기에 상처를 받았다'라고 인식하게 되고, 나 아닌 다른 사람들도 '그건 상처야'라고 인정해주는 과정을 거치게 되어 마음이 편해지는 게 아닐까,하고 생각했다.-74p

10대 아이들의 바보같은 상상력이라 말할 수 있지만, 인터넷을 통해 붕대 클럽에 꾸준히 의뢰가 들어오고 도시 곳곳의 상처입은 자리에 아이들은 붕대를 감기 시작한다. 아무리 가벼워보이는 의뢰라도 결코 가벼이 여기지 않고 붕대를 감는다. 상처는, 본인이 느껴보기 전에는 그 무게를 전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들의 상처를 치유하며 아이들의 시야 역시 넓어진다. 그 전에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자신만의 문제로 고민하며 꼭꼭 닫혀있던 마음이 붕대클럽으로 인해 그리고 남들의 상처를 치유함으로써 자신들의 상처 역시 치료할 기회를 만들게 된 것이다.

'붕대 클럽'을 통해 내 안의 상처와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든 아이들은 한층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게 된다. 여타 다른 성장소설과 다른 점은, 내 문제에만 빠져드는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상처까지도 돌아보며 치유할 수 있는 눈을 가지도록 도와준다는 점일 것이다.

나 역시 10대때 친구들과 클럽을 만들어 은밀한 이야기, 상처들을 공유한때가 있었다. 그때 친구들은, 상처받아 힘들어하는 나에게 "무슨 일이야"라고 묻곤 했었다. 남의 아픔일지라도 함께 공유하려는 순수함이 있었는데, 나이가 들고 사회에 적응하다보니 그런 순수함따위 사라진지 오래다. 남의 상처에 둔감해진지 오래고, 나의 상처 역시 치료없이 그냥 넘어갈때가 많았다. 이젠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겠다.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무슨 일 있어?"라고 조용히 물어봐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이것만으로도 내 상처는 함께 치료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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