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 기적을 만든 한 정신과 의사 이야기
이브 A. 우드 지음, 김무겸 옮김 / 글항아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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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때, 병원으로 실습 나갔을 때의 일이였다. 수술을 앞둔 환자가 오전 내내 불안해하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아직 학생이였던 나는, 그 분에게 해줄 수 있는게 많이 없었다. 그저 손을 잡아주는것뿐. 그때 환자가 나에게 말했다. "잠깐, 저를 위해 기도해 줄 수 있나요?"

많은 의사나, 간호사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몸이 아프지 않게 치료만 잘 해주면 되지 뭐' 물론 그것이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몸이 아픈 환자들은 그들의 영혼까지 황폐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의료인들은 한 면만 보면 안되고 다각적인 면에서 환자에게 다가가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 책의 저자 이브 A. 우드 박사 역시 그런 현실에 많이 실망하고 저항감도 느꼈다고 한다. 진단 내리기에 급급한 의사들, 약에 의존하는 의사들, 다각적인 면을 살피지 못하고 환자의 한 면만 봐서 잘못된 진단을 내리는 의사들...그 속에 상처받는 환자들이 항상 존재했다.

우드 박사는 <다리가 셋인 의자> 모형을 그동안 치료했던 환자들의 예에 접목시켜 환자들에게, 또한 우리 자신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다리가 세개인 의자를 머리속에 떠올려보자. 다리의 각각의 이름은 1)육체의 의자 2)정신의 의자 3)영혼의 의자다. 세 개의 다리 중, 하나라도 부러지면 의자는 온전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우리 자신 역시 그러한데, 육체의 한 부분만 바라보고 치료할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정신적인 면과 영성까지 파악해서 함께 치료하면 더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어렸을때 아버지에게 학대 당하며 여러 개의 인격을 만들어 낸 질리. 다른 의사들은 거의 포기하다시피 한 질리를 우드 박사는 결코 놓지 않았다. 맨 먼저, 자기 파괴적인 행동과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질리에게 매순간 자신이 함께하고 있음을 알리면서 육체적인 면을 안정시킨다. 그리고 '너는 매우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매 순간 끊임없이 알려주며, 진료 시간에 녹음한 테이프를 질리에게 주어서 힘들 때마다 듣게해 정신적인 면을 안정시킨다. 물론 일련의 과정들이 결코 순탄하게 작용된 것은 아니지만 해가 지날수록 질리의 영혼은 안정을 찾기 시작한다. 마지막엔 가톨릭에 안착하게 되고 영적으로도 안정을 찾게되어, 오랫동안 상처받았던 질리는 안식을 찾게 된다.

10년 이상씩 장기적으로 환자들을 돌보며 그녀가 매 순간 새긴 말은 "한 생명을 구하는 것은 온 세상을 구하는 것과 마찬가지고, 한 생명을 파괴하는 것은 온 세상을 파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였다. [희망]이라는 말조차 떠올릴 수 없이 피폐해진 환자들에게 희망의 존재가 된 우드 박사. 그리고 매 순간 삶의 열정으로 자신을 일으킨 그녀의 환자들. 그들 모두가 희망의 가슴 벅찬 이름일 것이다.

육체의 상처는, 눈에 선명히 보이기 때문에...괴롭지만 이겨낼 수 있다. 하지만 정신의 상처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거기다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까지 견뎌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길고 긴 시간 싸움이 될 수 밖에 없다. 단순히 미친 사람 취급할 게 아니라 그들도 내 이웃이고, 내 도움을 필요로 하고, 내 기도를 원하는 사람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희망은 내 주변에서도 벅찬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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