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불행하다
카리 호타카이넨 지음, 김인순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따뜻하다, 편안하다, 내가 쉴 곳, 지칠 때 언제든 나를 맞아주는 곳, 내 그리운 가족들이 있는 곳, 맛있는 찌개 냄새가 내 코를 간질이는 곳, 불면증 없이 잠들 수 있는 곳....그리고 사랑이 넘치는 곳

마티는 가족을 잃었다. 아이스하키 경기에 열중해 있는 동안 헬레나는 시니를 데리고 집을 나가버렸다. 마티는 단 한번의 실수로(부부싸움 중 마티가 헬레나에게 주먹을 날린 일)이럴수는 없는 거라고 절규하지만 헬레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버렸다. 이제 마티에게는 가족을 다시 되찾는 일만이 지상 최고의 목표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가족을 어떻게 찾지? 문득 헬레나가 주말마다 주택관람에 가보자고 조르던 게 기억난다. 가족을 다시 찾으려면, 아름답고 안락한 나만의 집, 넓은 정원과 사우나실과, 시니의 방을 꾸밀 장소가 넉넉한 단독주택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부터 마티의 '내 집 마련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판다고 해도 주택을 구입하는 자금에는 미치지 못한다. 마티는 부업으로 마사지를 시작하고 아파트 지하를 장물아비에게 빌려준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도록 일해서 번 돈으로 점찍어 둔 주택을 구입하려 했으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한다. 그래서 마티는 결심한다. 내가 지금 싸우려는 상대가 무엇인지, 누구인지 알고 덤비기로.

<그 남자는 불행하다>는 표면상으로는 집을 사려고 고군분투하는 남자의 일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속에는 수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다. 날로 치솟는 집 값, 자본주의의 허상, 결혼과 이혼, 물질만능주의가 각자 이야기하는 화자의 시점에 맞추어져 때로는 익살스럽게, 때로는 가슴 아프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마티는 스스로를 '가정전선의 참전용사'라고 부른다. 집을 갖기 위해 엉뚱하고, 때로는 위험스럽게 보이는 그의 행동이 눈물겹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족을 찾아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고, 미래의 아름다운 나날들을 그려보려는 소시민의 소박한 소원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 쓰러져가는 집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판매하는 부동산업자들, 다 쓰러져가는 집일 지라도 나만의 정원과 바베큐 파티를 기대하며 허리를 졸라매는 서민들, 나만의 행복을 위해 남의 처지와 상황은 어떻든 거들떠보지 않는 중상류층들....이런 상황과 모순이 비단 핀란드의 이야기일까. 우리의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고 겪는 일들이다. 그렇기에 마티의 이야기는 마치 내 옆집의 이야기를 듣는 듯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그 남자는 불행하다,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역시 불행하다. 불행한 가운데 행복이란, 가족이 기다리는 집이 존재하기 때문일거다. 그 소박한 행복을 다시 찾기 위한 마티의 노력은...그래서 더 우리를 돌아보게 만든다. 이혼과 버려진 아이들로 얼룩진 우리의 일상은 마티의 삶보다 더 불행하다. 그렇기에 지금의 내 가족이 소중하고, 이 일상이 아름다운 것이다. 

가족과 집의 소중함은 어느 나라, 어느 일상이든 똑같은가 보다. 과연 마티는 집과 가족을 찾을 수 있을까? 책의 마지막 장까지 마티를 응원하고 또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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