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퀴즈쇼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기사를 하나 읽게 되었는데, 이십대들에 관한 내용이였다. 놀라운 능력을 가진 10대들이 밑에서 치고 올라오고(김연아 or 박태환...) 안정적으로 사회에서 자리잡은 30대들이 위에서 버티고 있고, 그래서 이십대들은 중간에서 끼어버렸다고. 아르바이트로 생활해가는 88만원 세대가 되어버린 서글픈 이십대들에 대한 내용을 읽으며 나또한 서글퍼졌다. 인생에서 제일 아름답다고 말하는, 그리고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이십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어쩌다 제일 서글픈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는가.
퀴즈쇼에 등장하는 민수 역시 서글픈 이십대로 나온다. 부모의 얼굴도 모르는 사생아인데다, 피붙이 하나 없이 세상에 홀로 남겨지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살고 있던 집까지 뺏기다 싶이 해서 고시원으로 쫓겨난다. 수중에 가진 돈 하나없이 백수로 전락한 모습...뉴스와 신문에서 그리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힘없는 이십대의 모습, 그대로이다.
이십대는 젊다. 그렇기 때문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는 많다...라고 늘 생각해왔다. 물론 어렸을때부터 목표와 꿈이 확실하다면 제일 좋겠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대학생활을 시작하면서, 사회생활을 접할 기회가 많아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가도 충분하다고 늘 생각해왔다. 하지만 사회는 그런 이십대들에게 냉담하다.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차갑게 말하면서, 정작 자신을 추스를 시간조차 주지 않는 곳...그곳이 바로 사회이다. 퀴즈쇼에서 링위에 올라 퀴즈를 풀어야 하는 민수 역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문제가 주어지면 정답 or 오답만 남는 냉정한 세계, 바로 그곳이 퀴즈쇼 속의 링이고 사회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면서 행복했다. 학교실습 때문에 고시원에서 방을 얻어 살아보기도 했고, 인터넷상의 내 아바타를 꾸미며 익명의 다른 아바타와 즐겁게 대화도 나눠본 기억을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책의 내용이 너무 가볍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책의 내용이 가볍다고 생각하는건 이십대라는 나이가 깃털같다고 생각하는 것과 똑같다. 누구나 자신의 이십대를 찬란하다고 생각하듯이, 사회의 벽 사이에 끼어버린 우리의 이십대 역시 찬란하고 아름답다. 그래서 우리의 이야기를 손에 잡힐 듯 재미있게 써준 작가가 너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