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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3개월은 거짓말 - 암 전문의사의 고백
곤도 마코토 지음, 박은희 옮김 / 영림카디널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한때는 주인공이 시한부 선고를 받고 별다른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죽어가는 이야기가 영화에 단골로 등장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무슨 병이든 다 고치는 현대의학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의사들이 드라마 주인공으로 자주 나오는 것 같다.
그리고 뉴스에는 의학정보로 포장된 광고가 매일 쏟아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들은 현대의학이 많은 질환을 고칠 수 있다고 맹신하며, 그렇게 생각해야 과학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고 착각한다.
이 책은 그런 의학에 대한 맹신 중 특히 암 치료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서구에선 항암제 사용을 거의 하지 않는 반면, 일본은 수술과 항생제 치료를 남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항생제는 맹독성으로 생명 연장의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없다.
이는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이야기이며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항생제가 큰 효과가 없으며 환자에게 맞지 않는 항생제를 투여할 경우 수명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건 이미 많은 논문을 통해 검증되었다. 또한 수술한 부위에 암이 다발적으로 더 많이 발생한다는 것도 다른 논문들로 검증된 내용이다. 아마도 이 책은 의학 정보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쉽게 써서특정 논문을 언급하진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를 입증할만한 연구가 많으며, 여러 이권이 겹친 문제라서 알려지지 않은 것 뿐이다.
책에서는 암을 진짜암과 유사암으로 설명한다. 유사암은 조직이 일정 이상 커지지 않고 전이하지도 않아 흔히 양성종양이라 말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진짜암은 다른 장기에 전이를 일으키며 사망에 이르게해 악성종양과 비슷한 개념이다.
유사암은 가만히 둬도 생명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별로 없고, 진짜암은 어떤 치료를 해도 결국 암으로 죽을 수 밖에 없다.진짜암은 검진에 발견될 정도로 커진 상태라면 눈에 보이진 않지만 혈액을 통해 이미 전이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암치료는 무익하며, 오히려 독성물질로 수명을 단축시킬 뿐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리드 타임 바이어스'였다. 암을 빨리 발견한 사람은 평균 생존율이 길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수명이 늘어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6개월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만약 종합검진으로 3년 일찍 암을 발견해서 이 사람이 3년 6개월을 살았다고 가정하자. 그럼 이 사람이 사망한 시기는 동일하지만, 조기발견으로 인한 생존기간은 3년 6개월로 길어지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일본의 의료상황이 우리나라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다른 장기에도 전이가 된 암 4기에 항생제 치료를 하지 않았으나, 요즘은 매출 때문인지 병원에서 항생제 치료를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 나의 지인들 중 암 말기 진단과 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 항암제 치료를 받고 건강이 급격히 저하된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진 비교적 건강했지만 항생제 치료 시작 후 체력이 급격히 약해지고 식욕이 저하되어 건강이 나빠진 것이다. 항암제 치료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삶의 질 차원에서 보자면 더 좋지만 수명의 연장 밖에 보지 못했다. 심지어 항암제 투여로 수명 또한 줄어드는 경우가 많지만 이를 고지 받지 못 하고, 환자와 보호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이 치료를 받은 것이다. 이렇게 항암 치료에만 매달리다 환자가 죽으면 유족들은 고생만 시켰다고 항암 치료를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이 책을 많이 읽어 그런 안타까운 일들을 줄어들면 좋겠다.
이 책은 암치료에 대해서만 기술하지만, 불필요한 수술과 과도한 약물 복용 등 개선해야할 문제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우리나라는 행위별수가제인데다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하고 약을 투여받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 때문인지 불필요한 검사와 진료가 과다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모든 약은 독성이 있으며, 방부제도 포함하고 있다. 동그란 알약에 과연 유효 성분은 얼만큼은 비중을 차지하며 나머지는 어떤 물질이 차지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 약을 매일 평생동안 먹으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지나친 약이 대한 의존을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