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와디의 아이들 - 성장과 발전의 인간적 대가에 대하여
캐서린 부 지음, 강수정 옮김 / 반비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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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는 사회에서 경제적 상위 계층은 더 많은 부를 위해 다수를 희생시킨다.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자기보다 경제적 하위 계층을 발판 삼아 한 단계씩 오르려하고, 결국 가장 큰 생자는 경제 최하위 계층이다. 이러한 불평등은 개발이 진행중인 나라에서 가장 심화된다. 현재 성장이 가장 급속도로 진행되는 나라는 인도와 중국이다. <안나와디의 아이들>은 인도 뭄바이 지역의 빈민촌 사람들의 삶을 다룬다. 

불평등에 다룬 기존의 많은 책들이 경제학적, 정치적으로 분석하고 주장을 담은 것과 다르게, 이 책은 소설처럼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며 술술 잘 읽힌다. 가슴 아픈 점은 소설같지만 실화라는 점이다. 빈민촌 사람들의 고단한 삶과 부조리를 다룬 이 책은 저자가 4년간 심층 취재한 것들이다.

 

책에서는 여러 인물의 삶을 다룬다. 빈민촌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뒷돈을 챙기는 아샤, 신체적 장애 때문에 어릴 적부터 사랑을 못 받아 극단적인 방법으로 보상받고 싶어하는 파티마, 먹고 살 길이 넝마주이와 도둑질을 하는 것 밖에 없어 어떻게 죽어갈 지 끝을 알면서도 두 가지 길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아이들. 그리고 폐품중간상인 압둘 가족이 누명을 쓰고 부패한 공무원과 경찰에 의해 파산해가는 가는 과정 등이 나온다.

그리고 힌두교와 무슬림의 종교적 갈등, 여전히 남아있는 카스트 제도와 남녀차별, 허울 뿐인 정치보장권 등도 다룬다.  

 

이렇게 최소한의 삶에 대한 권리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거나 연합할 줄 몰랐다. 불합리하다는 건 알지만, 어떠한 불만이라도 표현한다면 당장 생계가 끊길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평등은 정치적, 제도적인 문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고, 그 해결책 또한 제도의 개선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평소 개발도상국 아이들에게 관심이 있어 여러 단체를 통해 기부금을 내는데, 기부금이 비리공무원의 주머니에 들어가고, 부패정치인의 생색내기에 이용된다는 걸 책을 통해 알게 됐다. 많은 금액이 올바른 용도로 쓰이지 못한다는 점이 속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부는 계속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일부 금액이라도 아이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사용될 것이다. 그리고 돈만 내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이 더불어 필요할 것 같다.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건 경제적 발전이 아니라 인식의 변화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아무리 경제가 발전하더라도 함께 나누지 않는다면 소수의 이익을 위해 다수가 희생될 뿐이다. 공정한 분배는 정치 제도의 개선에서 비롯되고, 이를 위해선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공감이 점점 늘어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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