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의 홋카이도 - 겨울 동화 같은 설국을 만나다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4
윤정 지음 / 세나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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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자마자 하얀 절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겨울나무라 앙상하지만 소복이 쌓인 눈 위를 지휘하며 아름다운 앙상블을 이룬다. 하얀 눈이 뿌려진 숲에 사선으로 그려놓은 듯한 나무는 마치 눈과 함께 내리는 비 같다. 과자 나라에서나 나올법한 설탕같이 하얀 건물들도 정말 아름다워 눈을 뗄 수가 없다.

겨울 동화 같은 꿈의 공간이 현실이 되는 순간을 설경과 맛있는 음식으로 가득 채운 책이다. 저자는 14살부터 삿포로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데 어린 중학생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눈축제라니 사춘기를 감성적으로 보냈나보다. 홋카이도는 기후와 지리적 조건으로 일본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미식의 섬이라고도 한다. 맛집 앞에서 줄을 설 때마다 밥심으로 사는 한국 사람들을 마주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는 저자의 말에 웃었다. 역시 먹방의 나라 출신은 다르긴 다르다.

‘키라이토’라는 라멘 가게의 친절한 할머니와 할아버지 이야기를 읽고 최근 TV 예능에서 할머니가 운영하시는 일본의 작은 밥집(?)이 떠올랐다. 인상이 좋으셔서 기억에 남았는데 소복이 쌓인 음식사진을 보니 분위기마저 비슷해 보였다. 공손함과 상냥함이 담긴 일본의 서비스 정신은 정말 아름답다는 저자의 말이 음식 사진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작고 예쁜 카페 안에 마음을 설레게 하는 재즈 음악과 커피와 블루베리 치즈 케이크라는 환상적인 조합은 참을 수 없다. 창밖에 눈까지 내린다면 천국이 따로 없을 텐데, 그저 부럽다.

눈송이가 떨어지는 노천탕에서의 온천은 천국의 연장선이 아닌가!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근 채 고개를 들어 떨어지는 눈송이를 보는 기분은 아주 행복해서 감각이 오작동을 일으키질 않을까?

이 책은 한 달의 홋카이도가 아니라 한 달의 천국이었다. 다양한 음식과 사진에 담기 바쁜 장소들이 꽤 많이 실려있다. 하얀 눈 상자 같은 이 책에서 눈 덮인 맛있는 냄새가 가득하여 참 좋았다.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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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에서 보낸 소로의 시간 - 소로에게서 배우는 인생의 32가지 참 지혜
김옥림 지음 / 미래북(MiraeBook)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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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의 즉각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는 게 있다면 바로 자연이다. 이미 의료인은 물론 많은 예술가, 지식인, 철학가들이 언급해 왔으며 집중력 향상, 우울함과 스트레스 감소 등 신체 징후들이 완화되는 걸 느낄 수 있다. 이외에도 자연이 인간에게 가져다주는 이점은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소로의 지혜를 통해 마음의 평온과 삶의 태도를 배우기에 참고할 만한 책이다.

소로가 평생 일관되게 지향했던 자연주의적인 삶과 철학과 사상을 바탕으로 저자의 생각이 가미한 책으로, 초절주의 철학자로서 자연주의를 지향하고 참된 지식인의 품격이란 무엇이며 참된 지식은 어떻게 활용되어야 하는지를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태도에서 지혜와 성공,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삶을 제공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절망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고 있다. 소위 체념이라는 것은 고착된 절망에 불과하다.”

절망은 죽음을 떠올릴 만큼 부정적이고 극단적이지만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 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극복의 힘은 다르다. 저자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절망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일’의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미숙한 존재이기에 절망이 새로운 시작임을 깨닫는 일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으며 자연이 주는 위안을 통해 삶을 들여다보길 권하고 있다.

“우리가 낮과 밤을 기쁘게 맞이하고 삶이 꽃이나 달콤한 풀처럼 향기를 발산한다면, 그래서 삶이 더 유연해지고 더 별처럼 빛나고 더 영원해진다면, 그런 삶이야말로 성공한 삶이 아니겠는가. 온 자연이 우리를 축하하고, 우리는 시시각각 자신을 축복할 이유를 갖게 될 것이다.“

자연은 텍스트에서도 힘을 발휘한다. 달콤한 풀 향, 유연한 삶, 빛나는 별. 자연이 몸에 감기는 느낌이다. 성공한 삶을 말하면 대부분 ‘부’를 떠올린다. 진정한 부란 몸에 걸친 것 하나 없이, 주변에 쌓인 재물이나 의지할 사람조차도 없을 때, 오직 나 자신 하나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성공한 삶 아닐까? 자연을 향해 두 팔 벌려 바람이 전하는 향을 맡으며 살아갈 용기와 지혜를 얻는다면 아름다운 삶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인간은 지천에 행복을 두고 무엇을 향해 달려가는 걸까? 급변하는 시대에 자꾸만 변질되어 가는 행복이 인생의 참 지혜마저 놓쳐버린다면 AI와 뭐가 다를까? 월든에서 보낸 소로의 시간은 참 지혜를 통해 자연의 순리와 교감이 주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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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밤을 위한 소리 - 편안한 잠을 위해 귓가에 울리는 백색소음
미니유(유민정)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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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할 때 감각은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ASMR은 밤이 주는 특혜 같은 거다. 미니유님의 10주년 기념 에세이로 ASMR 비하인드 스토리와 편안한 잠에 이르게 하는 날들의 기록을 선물같이 펼쳐 놓았다.

세상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청각적 ASMR과 눈으로 느끼는 팅글인 시각적 ASMR, 이팅 사운드 ASMR 등 솔솔 잠이 올 것만 같은 포근함이 벌써 느껴진다.

대부분 사람은 청각적 ASMR 감각을 더 선호하지만, 나는 시각적 ASMR에 더 반응하는 편이다. 음악을 과하게 좋아해서 청각이 예민하여 편안한 백색소음이 말 그대로 소음으로 여겨질 때가 많다. 책 표지의 고혹적인 의상과 배경이 시각적으로 편안하게 느껴져 한참을 쳐다봤다. 차분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색의 배합 또한 시각적 ASMR로 충분하다.

“희한하게도 그때 그 느낌이 참 좋았다. 머릿속이 간질간질해지는 기분이 들었고, 금방이라도 잠이 쏟아질 것 같았다. 그날 이후로 한참을 그때 그 순간을 일부러 상상하며 묘한 간지러움을 되뇌곤 했다. 그때는 내가 어딘가 이상한 사람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그런 느낌을 나 말고도 많은 사람이 느끼고 있었다는 게 뭔가 안심이 되었다. 심지어 그 느낌으로 심리적 안정을 얻는 사람도 있다니, 공감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ASMR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몰캉하고, 느슨한, 살살거리는 간지러운 느낌을 아주 잘 표현한 미니유님이시다. 좋은 느낌은 자꾸 상상하게 된다. 생각하고 파고들고 온통 기분 좋은 느낌으로 구름 위에 있는듯한 가벼우면서도 포근한 그 느낌을 잊지 않기 위해.

미니유님의 능력이 최대한 발휘된 영상인 다방 ASMR. 꽃무늬가 놓여있는 원단을 둘러씌운 소파, 옛날 성냥갑, 메뉴판 갈색 종이 위 궁서체 손 글씨, 옛날 영화 포스터. 다방을 배경으로 한 ASMR 영상은 그 시절의 모습이 온전히 담겨있다. 다방의 모습을 텍스트로 나열하면서도 편안함을 느껴진다. 다방의 쌍화차만큼이나 구수한 힐링으로 남은 좋은 콘텐츠로 이 책에 소개되어 있다. 이 외에도 상처받은 마음의 위로, 장난감 수리로 만나는 동심, 수면의 늪으로 가는 길, 은하로 가는 기차 등 마음이 편안해지는 수면 가루가 솔솔 날리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퀄리티 있는 잠을 위해 애쓰시는 미니유님을 응원하며, 앞으로도 구독자를 구름 속에 갇히게 하는 포근 전도사가 되어 편안한 단잠을 자게 해주실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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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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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의미 부여는 누가 하는 걸까? 깨달음이 수반되어야 목적을 향한 다음을 이어갈 수 있는데 깨달음은 생략된 채 고통과 목적만 있는 삶이라면 AI와 다를 게 뭐가 있을까.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쏟아내는 고통의 무게에 집중하기 싫었다. 그들의 판단은 그들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통은 단순한 신체적 감각보다 마음이나 의식의 상태와 더 깊이 관련 있는 것으로 정의하며 고통이 주는 통증 신호가 신경을 통해 뇌에 전달되어 영혼이 그것을 인식하는 과정에 주목했고, 고통이 없는 삶은 자신의 영혼을 자각하지 못하는 삶이라 결론짓는 교단의 이야기로 이 소설의 어둠을 암시할 수 있었다. 고통을 겪지 않는 인간은 신의 구원을 갈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고통이 없는 상태가 죄악에 빠진 상태보다도 더욱 무서운 타락이라 여겼다. 데카르트와 도스토옙스키의 철학적 결론을 바탕으로 교단은 고통을 생산하고 재생산하는 데 집중했다. 이와 반대로 부작용도 없고 중독되지 않는 진통제를 만들어 고통 없는 기적의 삶을 연 제약회사가 있다. 그러나 성과에 따른 희생은 반드시 존재하는 법. 고통만이 살길이라는 자와 고통 없는 삶을 원하는 자는 부딪힐 수밖에 없고, 희생되는 자는 발생한다. 이 모든 게 계획된 일이라면 그들은 선택받은 자로서 또 다른 고통을 향해 질주할 수밖에없는 여정이 이 책은 아프게 그려낸다.

“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절대적이고 큰 믿음을 갖도록 길러졌는데, 그건 제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제 삶에서 커다란 의미를 찾도록 교육받았고, 그것 역시 제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길러지고 교육받았기 때문에 저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질렀지만, 그게 좋은 일이었는지 나쁜 일이었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춰진 상태로 저에게 주어졌는데 이제 와서 믿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고 하시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고통은 파고들수록 다양한 정의 속에 등장한다. 그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마주하게 하는 것 같다. 이 소설은 고통에 관하여 말하지만 삶을 향한 질주였음을..

“사람의 삶은 모두 다르고, 고통의 경험도, 고통에 대한 대응도 각각 달랐다. 자신의 고통은 자신만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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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정원 - 산, 들, 나무, 꽃 위인들이 찾은 지혜의 공간
성종상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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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정원은 로망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귀찮은 잔디만 무성한 땅덩어리일 뿐이다. 나에게 정원은 아버지다. 식구 모두가 동식물을 좋아해서 정원이 있는 주택에서만 살았다. 아버지는 대문 앞에 앉아 가꿔놓은 정원을 바라보는 걸 좋아하셨다. 퇴근하고 대문을 열면 정원이 한눈에 보인다. 그럴 때마다 늘 아버지의 시선이 느껴진다.

이 책은 서울대학교 환경설계학과 성종상 교수의 15년 고찰로 완성된 12명의 세계적인 명사들의 삶이 녹아 있는 정원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저마다의 의미와 이야기가 담겨있다. 건물보다는 정원과 주변 환경에 관한 설명에 집중했으며 인위적인 요소보다 자연환경 요소를 중시했다고 한다.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AI나 가상 세계의 등장에 현실 세계에서는 인위적인 것에 거부감이 생겨나고 있다. 이 책은 눈의 피로를 덜어주는 아름다운 자연이 숨 쉬는 정원을 선물한다. 명사들의 정원생활을 통해 삶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사랑도 기쁨도 영원한 것은 없었다며 평생 쉴 곳을 찾아 헤맨 헤르만 헤세 영혼의 안식처였던 정원들에서는 세심함과 아름다움이 보인다. 처음으로 뿌리를 내린 느낌이 들었다며 신혼생활을 시작한 가이엔호펜 농가는 현재 헤세 박물관으로 운영 중이다. 외벽 창문에 화사한 꽃들과 정원 중앙의 헤세 동상이 있다. 집 근처에서 내려다보이는 호수와 집 앞 골목의 푸르름은 단정하면서도 아늑함을 주는 느낌이다. 그리고 집주변을 생울타리로 둘러서 집과 정원 영역을 확실하게 드러냈다고 한다.

고요함 속에서 조용히 사색과 명상을 즐겼던 독일 최고의 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충동과 열정을 탁월한 성취로 이끌어내 준 그의 정원들에는 채소밭과 조각상 등도 함께한다. 단순한 휴식을 넘어 관찰과 실험의 장으로 색채학, 식물학, 광학은 물론 건강한 식재료를 생산하는 실용원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정원의 식물들이 풀과 꽃으로 썩여 정신없어 보이긴 하지만 비평가이자 예술가인 괴테의 삶이 고스란히 보이는 것 같았다.

태어난 지 오십 년 만에 반쪽 집을 지었다는 퇴계 이황이 생을 마칠 때까지 아끼며 머물렀던 계상서당은 최근에 복원됐다고 하나 퇴계가 직접 조성해 즐겼던 정원과 주위 경물은 사진상으로 봐서도 보기 어렵다. 낙동강 변 작은 계곡부 산기슭에서 강이 내려다보이는 3칸 규모의 도산서당도 지었다고 한다. 낙동강 하류 쪽으로 바라본 풍경과 낙동강 일몰로 정원은 삶의 필수품으로 간주했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살면서 충만함을 느끼는 일이 얼마나 될까? 자연을 가까이하는 일이 휴식과 치유를 안겨주기에 지금이야말로 정원에 담긴 깊고 풍부한 뜻을 우리가 새삼 되새겨 볼 만하지 않을까?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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