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월드
야즈키 미치코 지음, 최고은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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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과 여성으로 구분 짓는 건 눈에 보이는 신체적 특징이 기준이 된다. 남성이 잘할 수 있는 일, 여성이 잘할 수 있는 일로 더 편하게 살기 위함과 배려 차원에서 역할 분담이 생겨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시작은 좋았을 거라 믿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적 신념 또는 고정관념이 일상생활에 반영되어 성 역할을 만들어 냈다. 각자의 성에 따라 사회가 바라는 다른 기대에 맞추어 행동하고 성별에 따라 각각의 특징을 지니게 됐다. 성 역할이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이 아니라 가정, 학교, 지역 사회 안에서 저절로 알게 되고 행동하게 되는 것으로 사회적 통념에 맞춰 행동하는 것이다.

미러월드는 이러한 통념을 바꿔버렸다. 성 역할의 사회적 입장을 역전시켜 독박 육아, 경력 단절, 직장 내 차별과 괴롭힘을 호소하는 건 바로 남성들이다. 심지어 침실에서 연기해야 하는 고충도 털어놓는다. 물론 여성의 입장이 지금보다 약했던 시대의 미러링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소설을 읽으면서 픽션으로만 넘기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양성평등이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도 이러한 사실을 인정해야 하다니 참 씁쓸하다.

미러월드에는 성차별 대상인 남성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폭행당하는 노노카, 성소수자임을 밝힌 렌의 이야기는 남녀 성 역할에 경종을 울리는 부분으로 느껴졌다. 아래는 렌과 사랑하는 친구와의 대화 내용이다. 수많은 등장인물 중에 왜 렌을 통해서일까? 신체적인 차이를 인정하며 인격적으로 차별 없이 평등하게 존중하는 동등한 조건을 어필하기 위함은 아닐까?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은 어떤 거야?”
“음, 그 사람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쉬기 괴롭고, 밥도 안 넘어가는 느낌…”
“헉. 정말? 그거 병 아냐?”
“하지만 신나서 가슴이 뛰고, 그 사람을 생각하면 내가 강해진 것 같아서 무척 행복해져”.
“사랑이란 거, 굉장하구나! 그나저나 넌 완전 어른이네. 벌써 사랑을 알다니.“

적어도 부부로 지내고 있는 사이라면 사랑이라는 감정을 떠올리며 역할이라는 구분에 이기심보다 배려를 섞어보길 바란다.

미러월드는 남녀 역전극으로 사회적 통념이나 편견을 드러내지만, 그 안에서 ‘나다움'을 발견한다면 사회에 의해 강요되는 성 역할 고정관념은 조금씩 변화해 갈 수 있다는 미러링도 함께하고 있다. 그래서 미러‘월드’일까?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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