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된 표현형 - 출간 40주년 기념 리커버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장대익.권오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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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여, 외도하는 남편을 탓하지 마라. 이는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 유전적으로 프로그램된 행동일 뿐』


종족 번식을 위한 남성의 ‘유전적’ 본능이라는 말인가? 1978년도에 한 말이라 발끈은 곧 진정됐지만, ‘유전적’이라는 단어가 방패막이 될 순 없다. 유전적 결정 요인이 ‘환경적’ 결정 요인보다 더 불가피하거나 책임을 면제하는 이유에 대해 도킨스는 ‘유전자는 환경적 원인에 비해 초 결정적 원인이라는 믿음은 이상할 정도로 끈질기게 지속되는 신화이고, 실제로 감정적 고통을 준다’며, 1978년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가 개최한 한 학회의 질문 시간을 겪고 절실히 깨달았다며 자세히 설명을 이어 나간다.


확장된 표현형 (출간 40주년 기념 리커버판)
리처드 도킨스 저 / 을유문화사 | 2022년


과학적 기반을 토대로 인문적 함의를 이끌어 내는 도킨스다움이 넘치는 확장된 표현형이다. 생명의 진화와 특히 자연 선택에 기반을 둔 논리와 생명의 위계 수준을 나름대로 조망한다. 동물행동학자인 도킨스는 많은 동물 행동 사례를 다루고 있지만, 이 책이 목적하는 범위는 그 이상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챕터를 마무리할 때마다 다음 장을 예고하는 매끄러운 이어짐에서도 그의 넘치는 자신감이 보여 기대를 증폭시킨다. (멋있다)


『동성애가 역사상 한 시점에서 친척들을 더 잘 돌보려고 개인 번식을 포기하는, 불임 일벌레와 동일한 기능을 했을지도 모른다』 와인리치 (1976)


그런데 도킨스는 ‘교활한 수컷’ (1981) 가설과 별다르지 않다며, 동성애는 암컷과 짝짓기할 기회를 얻으려는 ‘수컷의 대체 전략’을 나타낸다고 말하지만, 이어서 훨씬 더 중요한 환경 영향이 주는 맥락을 짚고 넘어간다.


참고로 동성애자가 조카를 돌보거나, 의료나 교육 등에 금전적인 도움을 줌으로써, 간접적으로 유전자 계승 가능성을 높이는 ‘슈퍼 엉클’로 재생산율 향상에 기여하는 긍정적 반응을 현재는 보이고 있다.


『유전자를 선택받은 단위로 보는 최근의 변화는 유전적 대물림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는 것과 결부되어 유기체 전체라는 측면에서 발전했던, 기생, 공생, 갈등, 협동, 공진화라는 개념을 유기체 내 유전자와 연결한다』


다른 좌위로 퍼지거나 유전체의 크기를 늘려 자신에게 유용한 새로운 좌위를 만드는 이기적 DNA에서는 개체 중심의 이전의 패러다임이 무너지고, 위에서 말한 유전자를 중심으로 새로운 과학적 실천의 지배를 가정한 코스미디스와 투비의 ‘정상과학’이 기억에 남는다.


적합도는 기술적으로 옳았으나 복잡하고 오해하기 쉬워 이 책에서 다시는 언급하지 않겠다는 단호함과 함께 아쉬움을 드러낸다. 확장된 표현형이라는 이론 자체를 전개한 동물이 만드는 조작물의 유전적 진화에서 흰개미집의 유전학 논쟁은 밀접하게 관련된 개체들의 유전자가 가하는 확장된 표현형을 공동으로 조작할 가능성을 숙고하도록 한다며 다음 여정에 기대감을 남겼다.


확장된 표현형은 살아 있는 조직으로 구축 가능하며, 유전적 영향을 공유하는 경우 협동한다기 보다는 서로 충돌할 여지를 두고, 기생자 유전자가 행사하는 숙주 표현형에서 기생자와 숙주의 관계를 탐구하는데, 이 챕터의 달팽이 유전학의 관점은 꽤나 흥미롭다.


『동물이 하는 행동은 그 행동을 ‘위한’ 유전자가 행동을 수행하는 특정 동물 몸에 있든 없든, 해당 유전자가 달성하는 생존을 최대화 하는 경향이 있다』


도킨스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확장된 표현형이라는 발상을 논리적 정점에까지 밀고 나가는 유전적 원격 작용은 놀라웠으며, 번식이 개선이 일어난 새로운 유기체를 가능케 한다는 유기체의 재발견을 끝으로 이 책은 마무리된다.


우리가 이미 안다고 착각한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제공하여 동식물을 보는 방식에 깊이를 더하게 한다. 유전학 용어가 지닌 통상의 논리를 사용해, 생물학 개념에 숨겨진 놀라운 의미를 드러내는데 철학으로 해명하고, 과학적 결과를 도출하여, 논리적 근거를 막힘없이 써 내려간 확장된 표현형이다.


『“미토콘드리아 크기로 축소되어 인간 접합자에 있는 핵막 밖, 관찰하기 좋은 장소에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수백만의 전령 RNA 분자가 표현형 발현이라는 사명을 띠고 세포질로 흘러가는 장면이 보입니다. 이제 세포 크기가 되어 병아리 배아에서 자라는 다리싹에 들어갑시다. 축기울기를 완만한 경사로 내리면서 떠다니는 화학적 유도체를 느껴 보십시오!”』


‘모든 표현형 형질은 개체 몸 안팎에서 수많은 유전자가 행사하는 영향이 모이는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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