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로부터의 탈출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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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네가 돌아오기를 내내 기다렸어."

<앨리스 죽이기>, <클라라 죽이기>, <도로시 죽이기> 등 <죽이기> 시리즈로 유명한 고바야시 야스미 작가가 2020년 11월 23일 5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미래로부터의 탈출>은 작가가 생전에 발표한 마지막 작품입니다. 그의 작품을 관심있게 본 독자로서, 다시는 그의 작품을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먼저 앞섰습니다.

드디어 숲의 출구 같은 것이 보였다.

<미래로부터의탈출/고바야시 야스미/검은숲/ 본문p.7>


나는 정말로 괜찮을까? 무사히 이 숲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 애당초 숲에서 나가겠다는 내 판단은 옳았을까? 도대체 거기서 달아나야 할 이유는 있었을까? 아니, 있었더라도 그게 망상이 아니라고 어떻게 단정하지?

<미래로부터의 탈출/고바야시 야스미/검은숲/본문 p.8>


숲을 헤매고 있는 사부로, 달아나야 하지만, 무언가로 달아나는지, 정말 도망치는 것이 맞는지, 자신의 생각이, 판단이 옳은지 조차 알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멈출수가 없습니다. 드디어 도착한 숲의 끝에서 만난 파리는 뜻밖에도 인간의 말을 합니다. "어서와. 네가 돌아오기를 내내 기다렸어."


사부로는 매일의 일상 속, 반복되는 것 같은 삶에 의문을 갖습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고, 언제, 무슨 이유로 이 시설에 들어왔는지 불분명합니다. 이 시설이 어떤 곳인지 조차 알수 없는 마음에 사로잡습니다. 자신을 보면 100세 정도 되어 보이는 외모, 정확하지 않은 기억들로 인해 이곳이 치매 환자를 위한 시설이 아닐까라는 어렴풋한 추측만을 합니다. 단순한 노인요양시설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노인들이 처음에 이 시설에 들어온 이유를 하나같이 모른다는게 의문입니다. 더욱이 시설 직원들은 이상한 언어를 사용합니다. 뭔가 석연치 않은 직원들의 태도도 이상합니다. TV에서 나오는 것들은 녹화된 영상인 것 같은게 이해할 없습니다.


이 메시지를 봤다면 신중하게 행동하라.메시지를 봤다는 걸 들키면 안된다. 여기는 감옥이다. 도망치기 위한 힌트는 여기저기에 있다. 조각을 모아라.

<미래로부터의 탈출/고바야시 야스미/검은 숲/ 본문 p.34>


자신이 남긴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남긴 것인지도 모를 자기 일기장의 메시지는 사부로의 심장을 뛰게 만듭니다.늘 앉는 벤치에서 발견한 골무를 이용해서 건물을 나갈 수 있음을 확인한 사부로, 하지만 숲으로 향해가는 도중 문제가 발생하고 다시 시설로 돌아오지만 자신과 함께 건물을 탈출할 동료를 모으기 시작합니다. 도크, 엘리자, 밋치. 그들과 탈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만 며칠 후에 모습이 보이지 않다가 돌아온 동료는 기억이 삭제되어 있습니다. 그로 인해 이 시설이 평범한 곳은 아니라는 것이 더욱 분명해집니다. 기억을 잃었지만 기억의 조각을 다시 맞춰가던 그들은 탈출을 시도하고 그러던 중 사부로만이 숲의 끝에 다다르게 됩니다. 그곳에서 만난 인간의 목소리를 내는 파리는 사부로에게 충격적인 진실을 가르쳐줍니다. 탈출은 성공하지만 시설 안에 담긴 진실과 그곳에서 마주하게 된 진실은 생각이상의 무게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진실을 알게 된 사부로는 다시 시설로 돌아오게 되며 또 다른 진실앞에 서게 됩니다.

이야기는 3부로 나뉘어집니다. 시설안에서의 사부로와 동료들, 시설을 탈출한 사부로, 다시 시설안으로 돌아온 사부로와 동료들의 이야기입니다.

고바야시 야스미의 작품은 언제나 독특하고, 상상을 넘어서는 세계관으로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답을 찾고, 기억을 찾기위해 100세 쯤 되는 노인들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의견을 조율하고 마음을 맞춰가는 부분들 속에 나도 그 동료가 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집중하며 읽게 되었습니다. <미래로부터의 탈출>에서 이야기하는 미래의 모습은 생각처럼 아름답지 않았습니다. 저출산,유전자조작,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인한 인간들의 변화된 삶은, 일하지 않고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인간이 만들어가는 악순환된 모습을 그려내고 있어서 많은 부분이 고민되고, 변화된 다양한 미래의 모습들이 섬뜩하기도 했습니다. 작가가 그리고 있는 미래의 모습이긴 하지만 인간이 어떤 생각과 가치관 속에 사로잡혀 있다면 이런 미래도 올 수 있겠구나 하는 심정이 들었습니다. 시설안으로 다시 돌아온 사부로의 모습은 예상했던 스토리는 아니었지만 사부로가 품고 있는 희망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만약 몇 번 보고 읽어도 전혀 기억에 남지 않는다면, 과연 보고 읽는 의미가 있을까? 보거나 읽는 건 내용을 기억에 남기기 위해서 아닐까? 기억에 남김으로써 인간은 변화한다. 그것이야 말로 성장 아닐까? 그런데 뭘 보고나 읽어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면 나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뜻인가? --- p. 24

이번에 얻은 지식을 메모라도 해서 남겨두고 싶지만,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된다. 직원들에게 발각당하지 않으려면 중요한 사항은 전부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한다. 기억력이 버텨줄지 약간 불안하지만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 분명 '협력자'도 도와줄 것이다. 걱정 없다. 사부로는 자신이 아주 들떴다는 걸 깨달았다.--- p. 41



사부로는 속절없이 눈을 떠야 할 때까지는 눈을 감고 있기로 결심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잠들어 있는데도 의식이 점점 또렷해졌다. 몽롱했던 기억도 차차 선명해졌다. 그 시설에 들어가기 전의 일도 서서히 떠올랐다. --- p. 167

<미래로부터의 탈출>을 읽으며 더 이상 고바야시 야스미 만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작품을 읽을 수 없음에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서 작성하였습니다.]#미래로부터의탈출 #고바야시야스미 #검은숲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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