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의 학교 2 - 배낭 속의 오키나와 뼈의 학교 2
모리구치 미쓰루 지음, 박소연 옮김 / 숲의전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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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사이를 돌아다니며 한 명 한 명에게 머리뼈를 보여 주었다.

"그거 어디서 났어요?"

"산길을 걷고 있는데 날다람쥐가 땅에 떨어져 있지 뭐야.

그래서 머리를 좀 달라고 했더니 좋다고 해서 가져왔지.

냄비에 익혀서 머리뼈만 발라낸 거야."

아이들은 또 큰 소리로 웃었다.

<뼈의 학교2-배낭 속의 오키나와 /모리구치 미쓰루/ 숲의 전설/ 본문 중>


이 부분은 분명, 뼈에 대해,그리고 뼈를 발골하는 방법에 대해 알지 못하는 저같은 사람에겐 약간의 긴장감을 주게 되는 문장입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그런 긴장감을 무색케 할 정도로 뼈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한 과학선생님의 평범한 듯하지만 독특하고 유쾌한 생활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모라구치 선생님은 사이타마현에서 자유숲 중고등학교 선생님으로 일하고 퇴직한 뒤, 자유숲 학교에서 같이 아이들을 가르치던 호시노 선생님의 제안으로 3년전 오키나와로 이주합니다. 호시노 선생님이 세운 산호학교에 오게 되죠.

'학교를 만드는 일을 함께할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아. 호시노가 어떤 학교를 만드는지도 보고 싶어.'

이런 호기심이 그를 오키나와로 이끕니다.

오야마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배낭안에 가득 채워둔 뼈와 물건들을 꺼내 보여주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은 이어집니다. 날다람쥐 머리뼈를 가지고 이빨의 갯수, 모양, 색깔 등을 함께 이야기하고, 설치류의 머리뼈는 나무를 갉아먹는데 최적화된 모양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뼈를 대하는 아이들은 겁도 없는 모양입니다. 아이들의 거침없는 대답들이 재미있습니다.

1 어묵 속의 뼈

참고로 파충류 이빨은 기능 분화가 되어 있지 않아서 앞니, 송곳니, 어금니의 구분이 없다.이빨의 크기는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모두 똑같이 생겼다. 이빨마다 다른 기능을 갖는다는 점 역시 포유류의 특징이다.

<뼈의 학교2-배낭 속의 오키나와 /모리구치 미쓰루/ 숲의 전설/ 본문p.16 >

어묵을 먹다가 발견한 돼지뼈나 바텐 바닷가에서 바다거북의 사체를 보고 표본을 만들려고 회수해서 집에 가져오거나, 본인은 낯가림이 심하지만 뼈가 있으면 누구에게든 이야기를 시작하고, 뼈에 얽힌 수많은 과학적 지식들을 막힘 없이 쏟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이 작가님은 정말 뼈에 진심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야마 초등학교 교실에서 아이들과 돼지 발 뼈를 가지고 다른 동물들의 발 뼈와도 비교하고 뼈의 갯수나 모양 크기 등을 통해 동물의 움직임의 차이 등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부분은 흥미롭게 읽게 됩니다.

2 균열 속의 뼈

대학 후배 이토의 제안으로 가게 된 석회 동굴 탐험에서 발견한 다양한 화석 뼈들, 거북뼈, 사슴뼈, 달팽이 화석을 토대로 1만년 전의 동물에 대한 연구와 함께 지금의 변화된 종류 혹은 유입되거나 사라진 동물들을 연구하고 그 속에서 1만년 전과 비교해 변화된 오키나와의 자연과생태, 동물들을 알게 되고 지금도 그 변화는 계속되고 있음을 말합니다.


3 배낭 속의 뼈

집 근처에서 박쥐를 주웠다며 전화하는 겐 선생님. 학교 학생들과 대만 여행 중 닭발조림을 먹으며 닭의 발뼈가 궁금해서 그것을 가져와 표본을 만든 모리구치 선생님, 이리오모테 섬에 사시는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큰박쥐 먹던 이야기, 오키나와에서 소쿠리에 음식물을 넣고 천장에 매달아 보관할 때 가시복을 함께 넣어두었다는 이야기 등. 일상생활 가까이에 수많은 뼈에 관한 이야기들이 가득히 숨겨져 있음을 엿보게 됩니다.

이리오모테섬에 사시는 할머니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옛날에는 큰박쥐를 잡아서 탕을 끓여 먹었다고 했다.자연뿐 아니라 오키나와 사람들의 삶도 시간이 흐르면서 함께 변화하고 있다. 뼈를 주우면서 새롭게 깨닫게 된 것이 그것이다. 오키나와 사람들의 삶과 얽혀 있는 뼈를 본다.

뼈의 학교2-배낭 속의 오키나와 /모리구치 미쓰루/ 숲의 전설/ 본문p.151>

모리구치 선생님은 오키나와 산호 학교 수업, 대학교 강의도, 어린이집 자연수업을 합니다. 수업을 받는 대상은 제각각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뼈에 대한 관심들이 다양한 모습들로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선생님, 여기 개구리가 죽어 있어요. 개구리 뼈 필요하세요?"라며 동물의 사체를 발견하면 선생님께 필요한지 묻는 것이, 누군가에겐 두렵고 무섭게 느껴질 부분이 누군가에겐 또 다른 관심과 궁금함, 흥미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오키나와가 가진 장소의 힘이란 사람과 사람의 거리가 가깝다는 거야."


<뼈의 학교2 - 배낭 속의 오키나와>는 오키나와에 있는 동물 뼈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를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돼지, 바다거북, 반시뱀, 사슴, 물고기, 박쥐, 새 등 동물들 뼈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실제와 가깝게 묘사된 그림을 통해 뼈의 외형적인 특징 뿐 아니라 뼈의 생김새 속에 담긴 동물의 습성(먹거나 움직이거나 하는) 들을 한 눈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긴 세월 속에 묻혀 화석이 된 뼈에서 역사와 자연의 변화들을 마주하게 되고, 가까운 시일에 어딘가에서 숨쉬고 있었을 동물들이 다양한 이유로 사체가 되고, 그 사체에서 동물뼈를 수집, 연구한 내용을 토대로 하여 동물들과 관련된 과학적인 다양한 부분들은 배우게 됩니다. 동물뼈 연구와 모리구치 선생님 자신의 이야기가 적절하게 담겨져 있어서 작가의 삶 속에 얼마나 뼈에 대한 관심과 마음이 크게 좌우하고 있는지,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었습니다. 뼈에서 시작하는 모리구치 선생님은 뼈로 인해 삶의 이야기가 이어지며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성이 계속해서 열립니다. 오키나와라는 장소안에서 너무나 좋아하는 뼈를 매개로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이어가는 작가의 삶이 조금은 부럽기까지 합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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