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와 브론스키의 사랑, 레빈과 키티의 사랑이라는 큰 줄기 안에서 그들과 관계된 다양한 사람들을 등장시킵니다. 당시 러시아 시대의 모습도 들여다 볼수 있습니다. 귀족이나 백작들의 사치스러운 삶의 모습, 화려한 무도회의 모습, 사회의 제도과 관습, 종교, 불륜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들을 작가는 탄탄한 필력으로 이야기를 깊이있게 그려내고 있는데, 인물들의 내면 속 심리 상태나 심리적 흐름들을 사건 속에서 주고받는 서로의 대화를 통해 세밀하고 무게감있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톨스토이라는 작가의 대단함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책을 읽으며, 안나와 레빈의 모습이 대비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안나는 세상의 비난을 받더라도,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내놓고서라도 ,사랑하는 브론스키를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세상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고 느꼈을 것입니다. 그의 사랑이라면 충분하다고 여겼을 것입니다. 하지만 위태롭고 불안한 생활의 시작은 끝으로 갈수록 흔들리며 상처만 남아갑니다. 브론스키와의 혼인문제, 그의 친인척관계, 사교계 안에서 맺어진 인간관계 등이 계속적으로 안나를 몰아치고 괴롭혀서 그로 인한 지옥같은 안나의 내면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소설의 마지막을 향해 갈수록 반짝이던 안나의 어둡게 변해가는 모습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레빈은 사랑하는 키티에게 청혼을 거절 당하고 상심하여 시골에 들어갑니다(결국 키티와 결혼하게 되지만). 그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 시골에 파묻혀 사는 귀족, 풀베고 사냥하며 살면서 키티와의 결혼 이후의 평범하고 안정적인 삶은 안나의 삶과는 다른 모습을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에필로그]에서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의 부제로 '복수는 내가 하리라. 내 이를 보복하리'라는 성경 구절을 인용했다. 를 보며 사회 속에서, 혹은 개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일들이 있습니다. 어떤 것은 칭찬받으며 존경받을 만한 일들도 있지만 어느 것은 비난과 조롱을 받을만한 일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일들에 대해 판단하고 비난할 자격이 과연 나에게 있는가, 정말 누구에게 있는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만으로 소설을 완성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인간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감정들, 또한 삶에 대한 부분들, 결혼, 죽음, 이혼, 종교 등도 세심하게 표현한 소설입니다. 열정적인 사랑만이 사랑인가, 평범하고 일반적인 사랑에서도 행복의 풍성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 사랑받는 톨스토이의 작품,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 고전의 매력을 다시 한번 경험해 보게 됩니다. 삶에 대해,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