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추는 찻집 - 휴고와 조각난 영혼들
TJ 클룬 지음, 이은선 옮김 / 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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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 이후 들리게 되는 찻집


TJ클룬은 <벼랑위의 집>으로 유명한 작가다. 그의 신작 <시간이 멈추는 찻집>은 출간 이후 뉴욕타임스, USA 투데이, 월스트리트 저널 등에서 베스트셀러고 로커스상 판타지 부문 파이널리스트에 올랐다.


<시간이 멈추는 찻집>은 죽음 이후 잠시 들리는 찻집을 배경으로 한다. 사공의 나루터라고 불리는 찻집에는 사공 휴고와 사신 메이, 유령 넬슨과 유령 강아지 아폴로가 함께 지낸다.


윌리스는 유명 변호사로, 죽음 이전에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었다. 갑작스런 죽음 후 자신의 장례식을 찾아온 사신 메이를 따라 찻집에 가게 되고, 거기서 사공 휴고를 만난다.


죽은 사람이 그렇듯 윌리스는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찻집에서 뛰쳐나가기도 하고,

휴고와 메이에게 불만을 늘어놓으며 아직 죽기 싫다고, 이후의 세계로 나아가고 싶지 않다고 하기도 한다.


그런 윌리스가 찻집에서 지내며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변화하는 이야기다.




- 죽음 이후에 대한 새로운 시각



죽음 이후의 세계를 그려낸 소설이지만 무거운 분위기는 아니다. 청소년 소설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다양한 인물들이 그려내는 이야기는 대체로 유머스럽다.


윌리스가 변화하는 모습이 다채로웠다. 책의 처음은 윌리스가 죽기 전 모습이 나오는데, 고집불통에 인간미없는 사람이었다. 찻집에 온 초반부 역시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휴고의 할아버지 유령 넬슨과 휴고, 메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윌리스는 점차 변화한다. 자신의 진짜 감정을 서서히 깨닫고, 타인을 위할 줄 알게 되며, 나중에는 '기족'같은 찻집 사람들을 위해 다른 사람을 돕게 된다.




"죽음은 최종 마침표가 아니야, 월리스. 한 시기가 끝나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마침표지.”


"항상 부족하지 않나? 시간 말일세. 언제나 시간이 남아도는 것 같다가도정작 중요한 때는 부족하단 말이지.”


"월리스가 뜻밖의 상황에서 깨달은 교훈이었다. 무엇이 좋든, 나쁘든, 아름답든, 추하든 사는 동안 최대한 누리는 것. 그게 인생이라는 수수께끼의 정답이었고, 가장 중요했다."




작가가 생각하는 죽음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위한 마침표였다. 죽음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그려낸 이 소설은 그래서 더 값지게 다가온다. 죽음 후에도 사람이 변화하고, 누군가에게 기억되며, 새로운 여정이 시작된다. 


가까운 사람을 잃은 사람에게 위안이 되는 글일지도 모르겠다. 마음 따뜻해지는 판타지를 읽고 싶다면 추천하는 책이다. 다만, 소설에 퀴어적인 내용이 들어가 있으니 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곘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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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미쳐 있는 - 실비아 플라스에서 리베카 솔닛까지, 미국 여성 작가들과 페미니즘의 상상력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류경희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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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라 길버트, 수전 구바의 <여전히 미쳐 있는>을 좋은 기회로 보게 되었다.

두 작가는 1979년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공동 저술한 지 40년 만에 후속 도서 <여전히 미쳐 있는>을 펴냈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19세기 주요 여성 작가들-브론테 자매, 메리 셸리, 제인 오스틴 등-의 작픔을 분석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여성 작가들이 단순히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격렬한 감정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밝히고 소설을 읽어내는 방식을 제시했다.

42년만에 다시 공동으로 집필한 <여전히 미쳐 있는>은 1950년대부터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페미니스트들의 저술을 분석한다. 1950년대 페미니즘의 태동기, 60년대의 페미니스트 항의 시기, 70, 80, 90년대 페미니스트 각성을 시간 순서대로 다루며, 여성운동의 역사에 대한 종합판이라고 할 수 있다.





70년간의 미국 페미니즘 역사를 알 수 있는 책이라니. 안 볼 이유가 없었다. 사실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 당연히 페미니스트들의 이름도 몰랐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도 몰랐으며, 그들의 노력으로 어떻게 사회가 변화했는지도 몰랐다. <여전히 미쳐 있는>은 내 궁금증을 한번에 풀어주는 책이었다.

1950년대. 여전히 가정주부의 삶은 강조되었지만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페미니스트들이 여성 운동을 시작하고, 가족 로맨스를 깨부셨다.

1960년대 들어 케네디 암살 사건, 실비아 플라스 자살 사건, <여성성의 신화> 책 출간, 베트남전 등을 배경으로 여성운동과 페미니즘이 발전했다. 급진적 페미니스트가 출현하기도 했다.

1970년대는 페미니즘 운동이 가장 활발하던 시기였다. 제2물결 페미니즘이 일어났으며, 여성의 건강, 정치, 삶 등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헀다. 사변 시와 사변 소설도 다수 출간되었다.

하지만 그들끼리의 불화가 시작되고, 백래시 운동이 시작되며 큰 손상이 일어났다. 이에 따라 80년대와 90년대에는 개정된 페미니즘이 두드러졌으며, 교차성 페미니즘, 문화 전쟁, 퀴어 이론, 포스트모더니즘, 트랜스섹슈얼리즘같은 다양한 이슈도 등장한다. 대중문화가 발달하며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지기도 했다.

21세기는 페미니즘의 후퇴와 부활의 시기다. 여성 하원의원의 입성, 다양한 레즈비언 만화가와 페미니스트 작가의 등장, 다양한 연대 활동들이 펼쳐졌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며 타격을 받기도 한다.





이 내용은 정말 짧게 요약한 것이다. 실제 책은 500페이지 가량이고, 각주가 70패이지는 된다. 책을 보다 보면 수많은 여성 작가와 그들의 작품, 그에 대한 분석이 나온다. 그리고 그들간의 연대, 갈등, 역사적 맥락이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어 페미니즘이 왜 이렇게 전개되었는지 자세히 알 수 있다.

읽다 보면 내가 아는 작가들의 이름도 나와서 신기하고, 자주 언급되는 작품이나 작가의 책도 읽어보고 싶어진다.(특히 중간에 N.K 제미신의 작품이 나왔을때는 반가웠다! 내가 제일 좋아하고 인생책으로 꼽는 작품인데, 페미니즘의 맥락으로 해석하니 더욱 좋았다.)

'페미니즘'은 나쁜게 아니다. 근데 요새는 '너 페미니스트야?'를 비난으로 사용한다. 마냥 덮어놓고 욕하기보다, 그 단어와 그 사람들의 노력을 곡해하기보다 이 책을 읽고 정확히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보면 어떨까?

사실 페미니즘 운동이 시작한지 70년, 저자들의 첫 책이 나온 이후 40년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똑같은 상황인 것을 보면 아찔하다. 백래시 운동이 어느때보다 거세고, 아직 갈 길은 멀지만, 한 사람이라도 더 책을 보고 페미니즘 운동을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페미니즘 책으로 적극 추천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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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미쳐 있는 - 실비아 플라스에서 리베카 솔닛까지, 미국 여성 작가들과 페미니즘의 상상력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류경희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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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을 정확히 이해하고 싶다면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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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장미
온다 리쿠 지음, 김예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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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 작가는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판타지, 로맨스,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발표한 작가로, 이 소설을 무려 14년에 걸쳐 완성하였다. <어리석은 장미> 역시 여러 장르가 섞인 소설로 판타지, SF 등 여러 요소를 결합하여 독보적인 세계관을 탄생시켰다.



<어리석은 장미>는 14세 소녀 다카다 나치가 어머니의 고향인 이와쿠라 마을의 캠프에 참여하며 시작한다. 이 세계는 지구인이 이주할 행성을 찾아 우주를 항해하는 배, ‘허주’가 있다. 이와쿠라 마을은 대대로 ‘허주’의 승선원을 배출해 온 마을로, 캠프 역시 ‘허주’의 승선원을 키워내는 캠프다.


나치는 그 전까지는 친척의 손에 커서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 이와쿠라 마을, 허주, 허주의 승선원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자랐다. 하지만 캠프에 참여하며 하나씩 진실을 알게 된다.


허주의 승선원이 되려면 ‘변질’되어야 한다. 변질이 시작되면 다른 사람의 피를 먹는 행위를 하게 된다. 나치는 이 행위에 거부감을 느껴 승선원이 되지 않으려고 하지만, 어머니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마주하며 달라진다.




SF소설을 좋아하기는 하나 일본의 SF 소설은 처음 보게 되었다. 그리고 첫 작품이 온다 리쿠 작가의 소설이라니 탁월한 선택이었다. 알고 보니, 온다 리쿠 작가는 전작 <밤의 피크닉>, <꿀벌과 천둥> 등으로 이미 한국에서 유명한 작가였다. 그리고 책을 보며 왜 이 작가가 유명한지 이해했다.


다양한 소재를 엮어 풀어내는 능력이 좋다. <어리석은 장미>만 해도 뱀파이어, SF, 판타지 요소를 섞고, 화자를 14세 소녀로 설정함으로써 소녀가 방황하고 성장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거기에 섞인 로맨스와 미스터리 요소까지. 재미없는 부분이 없었다.


그리고 작가 특유의 분위기가 작품에 녹아 있다. 이와쿠라라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신비한 이야기가 한여름 밤을 떠올리게 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 작가의 전작이 궁금해져서 곧 읽어 볼 예정이다. 탄탄한 세계관, 특유의 분위기, 다양한 장르가 섞인 신비한 소설을 읽고 싶다면 추천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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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모양으로 찻잔을 돌리면
존 프럼 지음 / 래빗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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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SF소설같지 않은 무게감이 느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작가의 개성이 뚜렷히 드러나는 단편들, 소설에 녹여낸 과학적 지식이 재밌습니다. 다음 작품도 기대되는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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