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미쳐 있는 - 실비아 플라스에서 리베카 솔닛까지, 미국 여성 작가들과 페미니즘의 상상력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류경희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샌드라 길버트, 수전 구바의 <여전히 미쳐 있는>을 좋은 기회로 보게 되었다.

두 작가는 1979년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공동 저술한 지 40년 만에 후속 도서 <여전히 미쳐 있는>을 펴냈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19세기 주요 여성 작가들-브론테 자매, 메리 셸리, 제인 오스틴 등-의 작픔을 분석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여성 작가들이 단순히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격렬한 감정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밝히고 소설을 읽어내는 방식을 제시했다.

42년만에 다시 공동으로 집필한 <여전히 미쳐 있는>은 1950년대부터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페미니스트들의 저술을 분석한다. 1950년대 페미니즘의 태동기, 60년대의 페미니스트 항의 시기, 70, 80, 90년대 페미니스트 각성을 시간 순서대로 다루며, 여성운동의 역사에 대한 종합판이라고 할 수 있다.





70년간의 미국 페미니즘 역사를 알 수 있는 책이라니. 안 볼 이유가 없었다. 사실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 당연히 페미니스트들의 이름도 몰랐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도 몰랐으며, 그들의 노력으로 어떻게 사회가 변화했는지도 몰랐다. <여전히 미쳐 있는>은 내 궁금증을 한번에 풀어주는 책이었다.

1950년대. 여전히 가정주부의 삶은 강조되었지만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페미니스트들이 여성 운동을 시작하고, 가족 로맨스를 깨부셨다.

1960년대 들어 케네디 암살 사건, 실비아 플라스 자살 사건, <여성성의 신화> 책 출간, 베트남전 등을 배경으로 여성운동과 페미니즘이 발전했다. 급진적 페미니스트가 출현하기도 했다.

1970년대는 페미니즘 운동이 가장 활발하던 시기였다. 제2물결 페미니즘이 일어났으며, 여성의 건강, 정치, 삶 등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헀다. 사변 시와 사변 소설도 다수 출간되었다.

하지만 그들끼리의 불화가 시작되고, 백래시 운동이 시작되며 큰 손상이 일어났다. 이에 따라 80년대와 90년대에는 개정된 페미니즘이 두드러졌으며, 교차성 페미니즘, 문화 전쟁, 퀴어 이론, 포스트모더니즘, 트랜스섹슈얼리즘같은 다양한 이슈도 등장한다. 대중문화가 발달하며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지기도 했다.

21세기는 페미니즘의 후퇴와 부활의 시기다. 여성 하원의원의 입성, 다양한 레즈비언 만화가와 페미니스트 작가의 등장, 다양한 연대 활동들이 펼쳐졌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며 타격을 받기도 한다.





이 내용은 정말 짧게 요약한 것이다. 실제 책은 500페이지 가량이고, 각주가 70패이지는 된다. 책을 보다 보면 수많은 여성 작가와 그들의 작품, 그에 대한 분석이 나온다. 그리고 그들간의 연대, 갈등, 역사적 맥락이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어 페미니즘이 왜 이렇게 전개되었는지 자세히 알 수 있다.

읽다 보면 내가 아는 작가들의 이름도 나와서 신기하고, 자주 언급되는 작품이나 작가의 책도 읽어보고 싶어진다.(특히 중간에 N.K 제미신의 작품이 나왔을때는 반가웠다! 내가 제일 좋아하고 인생책으로 꼽는 작품인데, 페미니즘의 맥락으로 해석하니 더욱 좋았다.)

'페미니즘'은 나쁜게 아니다. 근데 요새는 '너 페미니스트야?'를 비난으로 사용한다. 마냥 덮어놓고 욕하기보다, 그 단어와 그 사람들의 노력을 곡해하기보다 이 책을 읽고 정확히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보면 어떨까?

사실 페미니즘 운동이 시작한지 70년, 저자들의 첫 책이 나온 이후 40년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똑같은 상황인 것을 보면 아찔하다. 백래시 운동이 어느때보다 거세고, 아직 갈 길은 멀지만, 한 사람이라도 더 책을 보고 페미니즘 운동을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페미니즘 책으로 적극 추천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