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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밍거스 - 소리와 분노 현대 예술의 거장
진 샌토로 지음, 황덕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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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책을 좋아한다. 얇아서 읽다가 감질나는 책보다는 들고 다니기 무거워도, 양껏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두꺼운 종이 책을 애정 한다. 약 7센티 정도의 책 두께와 감촉이 좋은 양장 커버로 발행된 을유문화사의 현대 예술의 거장 찰스 밍거스 전기. 애정하는 을유문화사에서 책을 보내주셔서 모처럼 재즈 음악과 함께한 시간을 보냈다. 몇주에 걸쳐 책을 읽고 나니 재즈와 (재즈가 아니라면 재즈의 spirit과?) 조금은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지만, 정작 찰스 밍거스가 어떤 인물인지는 말하기가 더어려워졌다.

전후 시대 가장 막강하고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찰스 밍거스 주니어는 그의 음악적 재능도 재능이지만 불같은 성격과 폭력적이고 기이한 에피소드들로 (지금이었으면 체포…)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재즈 음악가이다. 4번의 결혼과 이 과정에서 생긴 아이들, 거기에 혼외로 생긴 아이들까지 있었지만 평생 힌두교에 심취했고, 결국 죽은 후에 마지막 부인이 그의 유지를 받들어 타다 남은 재를 인도 갠지스강에 뿌린다.

“예술가란 그들의 삶과 작업을 함께 진행하면서 생각해요. 자신을 몰고 가는 거죠. 다른 것은 생각하지도 않아요“

그는 ‘음악이 피아노 건반 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며 매일 몇 시간이든 연주했고, 음악이 중심인 하루를 살았다. 시, 역사, 철학, 심리학 서적을 읽었고, 화가와 시인들을 친구로 삼았으며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독서를 하고 예술가들이 모이는 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누구보다 자신의 소명을 잘 알던 그는 음악을, 재즈를 강렬하게 원하고 그 감정이 자신을 감싸도록 내버려 두었다. 감정을 숨기지 않았고, 만나는 사람들을 때로는 심하게 몰아붙였다. 자서전을 집필한 진 샌토로의 말처럼 천재라고 할지라도 그 누구도, 찰스 밍거스도, 백 퍼센트 옳은 사람은 아니었다. 이런 경우, 예술적 성취와 윤리, 도덕적 판단은 어느선까지 구분되어야 하는지, 그 쉽지 않은 질문이 끝에 남았다.

그의 발자취를 찾아 수많은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자료와 그와 관련된 소문을 검증하며 진 샌토로가 느꼈을 복잡한 감정, 그리고 이 글에 대한 애정이 프롤로그부터 마지막 장까지 진하게 드러났다. 이 책을 읽으며 일론 머스크의 전기를 동시에 읽고 있었는데, 방대한 조사와 창의적인 해석과 검증으로 기록된 수 많은 주옥같은 에피소드들을 세상에 존재하게 만든 전기 작가들도 또 한명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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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준의 생활명품 101
윤광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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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 물건이나 장소, 작품, 그 어떤 대상에 대해 '아 너무 좋아'라는 말 말고, '이게 이런 거고, 이래서 이렇고, 그래서 너무 좋아'라고 설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나만의 언어를 가지기를, 더 정확히 말하면 말이나 글로 그 느낌을 최대한 정확하게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기를 오랫동안 소망했었다. 너무 좋은데 어떻게 이 감정을 전달해야, 어떤 글로 써야 할지 몰라 너무 좋다고만 말할 때의 그 부끄러움을 최대한 덜 느끼며 살 수 있도록 오늘도 말하는 연습, 글 쓰는 연습은 진행 중이다.



일상의 유용하고 아름답기까지 물건들에 대해 '생활명품'이라는 말을 붙이고, 온 마음으로 전파해온 윤광준 님이 그간의 글을 모아 101가지 아이템들을 소개했다. 책 제목에서 이미 설명이 다 된 [윤광준의 생활명품 101]. 생활명품의 궁극의 가이드 버전이랄까 브라운 계산기에서부터 식기, 카메라, 공구, 토스터, 벽시계, 일회용 그릇까지 분야와 시공간을 전방위로 넘나들며 선별된 아이템들에 대한 그의 예찬을 읽다 보면 의식의 흐름대로 가격 검색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지 물건에 대한 소개가 아니라 작가이자 사진가로 미술과 음악, 공연, 건축과 디자인 등 경계를 넘나들며 향유하는 예술 애호가의 일상과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물건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어 글 자체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기 때문이다. 궁극의 쇼핑 리스트 같은 목차만 봐도 재미있지만 평소 관심 없는 물건이었어도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이번 출장길에 뭐를 사 가면 좋을지 적어둔 건 안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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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구멍 속의 유령 암실문고
데리언 니 그리파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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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구멍 속의 유령

A Ghost in the Throat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사랑하고

그러기를 멈추지 못하고

그런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에드 시런 Ed Sheeran을 한참 즐겨듣던 시절이 있었다. 옛날 하림 느낌이랄까. 골웨이 걸 Galway Girl은 아일랜드 여행을 하면서도 참 많이 들었다. 기억에 남는 아일랜드의 풍경들. 둔 앵거스 절벽의 바람과 middle of nowhere에 있던 벽돌로 지어진 아늑한 에어비앤비 숙소, 흑맥주, 그리고 황량한 벌판. 데리언 니 그리파의 책을 읽으며 그날의 풍경들이 떠올랐다. 건조한 언덕과 마른 풀들 그리고 바람과 소리.

마음에 언어를 품고 시를 쓰는 사람들에게 모국어는 숨을 쉬는 방법과 다름없을 것이다. 이중 언어를 구사하는 시인에게 시의 심상은 어떤 언어로 찾아오는 걸까. 시가 언어를 선택하는 걸까, 언어가 시를 선택하는 걸까. 데니언 니 그리파의 심상의 씨앗은 오늘 아침 자고 일어난 흐트러진 잠자리에서, 아직 빵 부스러기가 남아있는 아침의 식탁에서, 바닥에 흐트러져있는 장난감을 담는 바구니에서 자라난다. 어제 같은 오늘을 맞이하며, 내일이 오늘 같지를 바라지 않는 여성의 자아에서 시의 씨앗들이 싹튼다.

누군가의 옷을 개는 동안, 심장에 단단히 품어진 텍스트들은 셀 수 없는 사소한, 하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일들을 수행하는 동안 부드럽게 자란다.

"이것은 여성의 텍스트, 죄책감과 욕망에서 태어나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사운드트랙에 꿰매진 텍스트다."

매일 같은 아침을 단순한 말들이 채워진 목록을 천천히 지우는 일에서 기쁨을 느끼지만 서서히 증발하는 자아에 절망한다. 깊이를 모르는 어두운 수렁 안으로 가라앉으면서도 작가는 글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나는 나 자신이 아니었다. 낡을 대로 낡은 커다란 점퍼 한 벌이었다. 솔기들은 다 닳아 해졌지만, 그런데도 이 옷은 너무 편안해서, 너무도 부드럽고 안락해서, 나는 그 부드러운 덩어리 속에 영원히 파묻혀 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뼛속까지 지친 채로도 대체로 만족한 채 지냈다."

오래지 않아 삶의 욕망과 삶에 대한 의지는 작가를 집에서 몰아내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으로 몰아간다. 좋아하는 작가에 무서울 정도로 천착하며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 본인의 삶을 재건하기 시작하는 여정의 끝에서 여성의 몸으로 쓰이는 여성의 텍스트는 다른 수많은 여성들에게 각자의 깊이만큼의 울림으로 전달된다. 새로운 말들을 찾아 떠나는 그 길에서 새로 시작하는 노트의 첫 문장은 모든 것을 받아들인 채로 다시 시작되는 여성의 텍스트이다.


#목구멍속의유령 #데리언니그리파 #을유문화사 #암실문고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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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라이프
가이 대븐포트 지음, 박상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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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라이프] 가이 대븐포트

1920년대에 태어나 17살에 대학에 입학해 예술과 고전, 영문학을 공부했다는 저자의 약력을 보며,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책 스토너의 주인공이 떠올랐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문학을 사랑했던 스토너가 책을 읽는 내내 떠올랐던 이유는 무얼까.

[스틸 라이프]는 가이 대븐포트가 정물에 대해 강연한 내용을 책으로 옮긴 것이다. 이 책은 여름 과일 광주리, 운명의 두상, 사과와 배, 토리노의 형이상학적 빛 등 총 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의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소재에 대한 생각들이 자유롭게 연결되어 있고, 각각의 제목과 살짝 어긋나는 듯한 본문의 내용으로 인해 긴장감이 살짝 느껴진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질서는 그 자체로는 사소한 것들을 무작위로 모아 놓은 것이다”
- 헤라클레이토스-

정물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첫 장부터 니체와 데 키리코의 토리노가 언급된 마지막 장까지 책을 읽다 보면 정물은 단지 이야기를 위한 소재일 뿐, 이 책을 통해 진정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것은 평생을 학문과 탐구의 길을 걸어온 저자의 깊고 넓은 사유의 세계 그 자체이다.

“이 책은 예술과 문학에 나타난 정물 전반에 대해 다루는데 정물이라는 소재가 전달할 수 있는 가장 깊은 곳까지 가장 넓게 탐색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와 관련하여 고대에서 중세, 중세에서 현대, 미술사에서 자연사, 고대 그리스 문학에서 대중 소설까지 대화를 주고 받 듯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결코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지는 않는 이유는, 부지런 한 정도에 따라 한 페이지 내에서 시공을 넘나드는 샛길을 얼마든지 만들어가며 흥미 진진하게 읽을 수 있기 때문에다. 많은 양을 한 번에 읽기 보다는 머리맡에 두고 한 페이지씩 아껴 읽는 것을 추천한다. 책이 제안하는 수많은 샛길들을 충분히 돌아다닌 뒤 다음 페이지를 넘겨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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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시다모 디카페인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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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 구매하는 세번째 디카페인 원두에요, 첫 시작을 에디오피아 시다모와 함께하고 계속 주문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다니! 담당자분의 상세한 레터를 보니 더더더더 기대가 됩니다. 얼른 받고 싶어요! 계속 좋은 디카페인 원두 소개해주세요, 잘 마시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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