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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의 인사 ㅣ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8
김서령 지음 / 폴앤니나 / 2021년 11월
평점 :
"수정의 인사"

책표지를 보아서는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풋풋함을 품어내는 연애소설 같은 이미지를 자아낸다.잔뜩 기대를 하고 이 책을 읽기 시작한다면 곧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너무도 상반된 이야기!!이책은 바로 죽은자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리라.우리나라에서 열흘에 한명이 데이트 폭력으로 사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세상에서 가장 잔인하고 야만적인 사람이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그보다 더 잔인한 사람은 여성이나 아이들.노인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폭력을 행사하며 가정내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상관하지 말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다.어떻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정이라는 틀을 스스로 만들었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한다 말인가.자신에게 일어나지 않은 일에 분노를 터트릴 뿐 그들의 고통을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이책을 통해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는..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이 사랑하고 싶을 때 사랑하고 자신이 거절하고 싶을 때 거절할 권리를 잃은 누군가는 도움의 손길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여기 자신이 사랑이라는 단어를 단 한순간도 내뺃지 않았음에도 사랑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존재를 잃은 한 여자의 이야기가 존재한다.우리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했던 그녀의 일상 속 균열이 시작된 지점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한주은행 연정시장지점의 한수정 대리!!그녀는 재혼가정의 딸만 셋인 집안의 장녀였다.스물 아홉살!!꽉찬 나이의 그녀는 그저 평범한 일상속에서 생활하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는데..그런 그녀의 일상이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한 것은 연정시장의 명물로 날개떡볶이집의 젊은 사장은 수정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다.늘 줄을 서야만 먹을 수 있는 집이라 늘 오후가 되면 떡볶이집 사장인 철규는 짝퉁 루이뷔통 가죽 가방에 현금다발을 들고와서는 연정에게 돈뭉치를 내밀었다.그럴 때마다 연정은 그런 철규에게 웃음을 지어 보일수 밖에 없었다.연정은 회사원이고 은행직원이기에 당연히 철규에게 친절할 수 밖에 없었고 시덥잖은 농담에도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은행일이 바쁠때면 가깝고 만만한 떡볶이집으로 향했고 철규는 그런 수정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다.이러한 행동들이 철규에게 마음을 주는거라고 생각한 것일까.사실성공한 젊은 자영업자인 철규는 수정의 마음에 들어온적은 한번도 없었다.젊은 사람같지 않은 말투와 행동.그리고 자신의 부를 자랑이라도 하듯이 온몸에 금으로 치장을 하고 수정과의 사이가 의미있는 사이인듯 행동하는 철규의 행동이 점점 불편해질때 쯤 시장상인들은 수정에게 철규와의 관계를 이어가길 은근 기대하는 눈총으로 바라보는데..그러던 어느날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자신의 짝퉁 루이뷔퉁 가방을 들고 수정이 살고 있는 원룸으로 찾아온 철규의 눈에서 살기를 느낀 수정!!철규는 말한다 자신이 수정을 사랑한 것 말고는 잘못한 것이 무엇이 있느냐고..하지만 수정은 그말에 동의할 수 없다.수정은 자신이 사랑하고 싶을때 사랑하고 거절하고 싶을 때 거절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무엇보다도 그들의 관계는 그 어떤 의미도 존재하지 않는 고객과 은행직원일뿐이었다.자신은 한번도 철규에게 자신의 마음을 내비친적이 없었다.한발짝만 더가면 자신이 사는 집이라 수정은 설마라는 단어를 머리속에 떠올렸지만 그 순간 철규는 자신의 가방에서 망치를 꺼내들었고 그것은 수정을 향했다.그리고 수정은 죽었다.수정은 죽었고 범인은 잡혔지만 철규는 감형에 감형을 받았고 세상은 피해자에게 잔인했다.죽은 사람은 억울하겠지만 철규에게 마음을 주었다면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거라고 모진 말들을 했고.수정은 담담히 자신의 마음을 비친다.

읽는내내 마음이 뭉클하기도 했고 순간순간 너무도 화가 치밀어서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던 책이 바로 이책이었다.세상에 부조리함은 어찌 그리 가해자보다 피해자에게 너그러운 것일까.수정은 아무런 죄가 없음에도 죽음뒤에도 그 죽음에 생채기를 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너무도 잔인하다.만약에 자신의 딸이 자신의 누나가 동생이...그런 일을 당했다면 그리 말할 수 있을까.수정은 뒤늦게 후회한다.그사람에게 웃지말걸,말걸지 말걸,무슨말을 해도 매몰차게 외면해 버릴걸...후회한들 수정은 이제 자신의 감정을 쏟아낼수가 없는 현실이 안타까운 시선으로 그대로 느껴지는 순간에는 마음이 무너지는것 같았다.세상에 생기지 말아야 할 일들을 담담히 글로 써내려 간 작가님의 소설은 소용돌이치는 글이 아닌 잔잔한 후회로 글을 읽는이로 하여금 마음에 울림을 주는 그런 소설이었다.부디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사랑을 하고 그 사랑속에서 행복만이 가득한 삶이 이어지길 이런 일들이 현실속에서 더이상은 이어지지 않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