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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의 이름은
조진주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6월
평점 :
"다시 나의 이름은"

나는 전혀 멀쩡하지 않은 것 같다며 웃어 주었다.거의 멀쩡한 게 아니라 완전히 멀쩡했어야 했다.거의라는 말은 언제든 원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이니까.아니,사실은 괜찮아진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그는 종종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는 데 환청을 이용하곤 했다.어쩔 수 없어,환청 때문이야 그러니 날 이해해야 해.한때 나는 내가 그를 바꾸어놓았다고 착각했다.적어도 그에게 숨 돌릴 곳을 마련해주었가고 그를 가여워했던 게 잘못이었다.그건 내가 이해해야 할 영역이 아니었다.그런데 그게 정말로 내 잘못인가.
P.18
우리는 물질 만능주의세상에서 모든것이 풍족하게 살아가고 있다.물론 그렇다고 모든이들이 그 모든 혜택을 다 누리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닐테지만 말이다.돈이 있다면 모든것이 가능한 세상!!돈으로 안되는것이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하지만 그렇게 물질로 모든것이 해결될 꺼 같아도,완벽이란 존재하지 않기에 미흡한 부분은 분명히 존재한다.모든것을 다 가진듯 살아가지만 바쁜 일상속에서 인간은 자신 마음속에 어쩌면 수많은 고통과 욕망,상처들을 감춘채..아니 감춘다는 표현보다는 그것들을 겉으로 드러내는 법을 모른채 오랜시간 마음속 어느 귀퉁이에 몰아넣고 있다가 어느샌가 무뎌져버린 감정들에 둘러싸여 자신이 살면서 느끼는 감정들이 무엇인지 무감각해진채 살아가고 있는것은 아닐까.마음을 다치더라도 그저 흘러버리고 말아버린 순간들을 이책을 이야기한다.그리고 그 마음들을 치유하는 순간의 찰나들을 이야기한다.인간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의 순간들을 주인공이란 존재로 이야기를 써내려간 총 아홉편의 단편소설들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조진주 작가의 첫 소설집이라고 했다.처음은 언제나 의미가 있고 미흡하기도 하며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존재할수도 있고 아니 그럴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아온 삶도 처음을 회상해보면 미흡함을 인정할 수 밖에 없을것이다.하지만 이책은 전혀 그렇치 않은 완성도 높은 소설을 선보인다.첫 소설집이라고 하기에 어울리지 않는 아홉편의 이야기들을 찾아 떠나보자.

소설에 등장하는 각각의 주인공들은 상처받은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각기 다른 주제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각각의 사연들을 따라가다보면 결국엔 세상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상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 각자의 사연속 단면들을 보여주며 각기 다른 강한 여운들을 남긴다.끝맺음을 뚜렷히 해놓지않은 열린 결말들이 존재하면서 스스로 결말을 생각해나아간다.왜라는 말로 시작해서 당연치 않음을 말하고 그래야만 했음을 말한다.그들의 이야기는 각각의 매력으로 다가와 읽는내내 마음에 닿았지만 단편소설의 특성상 모든 이야기를 나열할 수는 없지만 첫번째 이야기인 '침묵의 벽'이 가장 인상에 남았다.
'그날 밤 은규와 마지막으로 통화를 한 사람은 나였다' 로 시작한 문장들에 써내려간 이야기..은규와 그녀는 3년을 연인으로 지냈다.그리고 잠시 떨어져지내기로 한 시간이 37일째 되는날 막 퇴근을 해서 힘든채 축 늘어져 있는 그 시간에 전화벨이 울렸고 은규였다.하지만 은규는 아무런 말도 없이 잠시간의 침묵만이 흐른뒤 끊어버렸다.그리고 은규는 그후 말을 할수 없는 침묵에 갇혀있다.같은 극단에서 일하는 정한영과 함께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했다.정한영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은규는 혼수상태라고 했다.단순한 교통사고인줄만 알았지만 정한영의 뒤통수에서 상처들이 발견되었고 교통사고로 생긴 상처가 아님이 밝혀지면서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닌 사건이 되어버렸다.정한영의 집에서는 두사람이 같이 술자리를 벌인 흔적이 발견되었다.두사람은 평상시에도 사이가 좋치 않은 사이였는데..왜 그 두사람은 그렇게 발견되여야만 했을까.은규의 누나와 정한영의 애인을 만나며 그녀는 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은규의 침묵은 절망으로 다가온다.어린시절 은규의 누나는 지속적인 부모의 학대를 받았으며 학대 당하는 누나를 보면서 그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항상 귀를 막은채 침묵으로 세상속에 홀로 던져진것 같았다고 그녀에게 말했다.그리고 어린시절의 상처로 인해 늘 은규는 환청에 시달렸고 힘들어했다.그녀와의 사이도 환청으로 인해 모든걸 용서해주며 이해해주길 바라는 모습을 보이는 은규에게 지쳐 스스로 은규를 떠났을지도 모른다.은규의 침묵은 이어지고 그녀는 절망하지만...진실은 분명 존재한다.그녀는 그것들을 찾아낼 수 있을까.은규는 왜 그래야만 했을까..

다양한 인간들의 군상을 보여주지만 이 소설에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작가는 소설의 마무리를 책을 읽는 독자에게 여운이라는 단어속에 숨겨 놓았을지도 모른다.그 여운은 한편한편의 소설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무심한듯 흘러보낸 문장들이 마음에 와닿으며 감춰진 각자의 마음에 감정들을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 이 소설이 아닐까 싶다.읽는내내 단편소설의 묘미답게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까를 생각하며 읽게 되는 매력적인 소설이었다.꼭 읽어보길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