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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권순이 지음 / 페퍼민트(숨비소리)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표지부터 마음에 드는 책이라 서점에서 보자마자 덥썩 잡아들었다. 수수하게 예쁜 표지에, 핑크색 선생님 판서체로 쓰여진 '여학생'이라는 글씨. 그리고 난 가벼운 이 종이질도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선생님을 한 때 꿈꿨기 때문인지 한참 선생님을 꿈꿀 때의 순수했던 나의 마음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는 것 같아 너무 너무 감동이었다. 나는 한 때 선생님을 꿈꾸다가 점점 좌절하고 실망하고 결국 다른 여러 개의 꿈을 동시에 꾸게 되었는데, 나의 생각이 너무 짧았구나, 아직 선생님은 매력적인 직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
내가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학생들' 덕분이었다. 요즘 애들이 예전같지 않다는 말이 많아도, 아무리 그래도 어른들보다 때 묻지 않고 착하고 여린 것이 '학생'이라고 생각했다. 권순이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 내가 생각하던 그 착하고 여린 학생들의 모습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특히 선생님이 찍으셨다는 사진 중에 학생들이 칠판에 학교에 나오지 않은 친구를 분필로 그려놓은 사진이 있었는데, 그 학생들이 아무리 성숙한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너무나 착하고 귀여운 발상이 아닐 수 없어 그 페이지는 아예 여러 번 다시 펴볼 생각에 접어두기까지 했다. 칠판에 친구를 그려놓고 마치 그 친구와 함께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양 생각한다니! 이 귀여운 것들.. 또 하나 생각나는 사진은 '화해의 버튼' 사진인데, 그런 버튼을 생각해내는 아이들의 머리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될 뿐이었다.
생각해보면 학창시절 아무리 크게 싸우고 절교를 한다고 해도 어른이 되어서 생각해보면 너무 작은 일이었던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나도 중학생, 고등학생 때 크게 친구와 싸워 절교를 해놓고 어른이 되어서 길을 가다 그 친구를 만나면 언제 싸웠냐는 듯이 '꺅!!!' 소리를 지르며 반가워한다. 나는 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괜히 사람들을 웃기려는 이야기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꿈꾸는 여고생들의 일상과 실제모습을 비교한 적이 많다. 아침에 늦잠을 잔 친구들은 비누를 학교까지 가져와 세수를 하기도 하고, 더운 날 체육시간이 끝나고 남학생들처럼 머리를 감는 친구들도 있었다. 밥도 엄청 많이 먹고, 매점가서 빵 또 사먹고.
하지만 사실 우리들의 생활은 그런 왈가닥 모습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추억들이 책을 읽으면서 새록새록 떠올랐다. 친구네 아버지께서 갑자기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게 되어서 그 친구가 학교에 나오지 않은 적이 있었다. 왜 그 친구가 학교에 나오지 않았는지 궁금했지만, 요즘처럼 휴대전화가 보편화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담임 선생님께서 알아보시고 우리들에게 왜 안 왔는지 알려주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종례시간에 그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정말 친구들이 그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펑펑 울었는지 모른다. ㅠ.
수능시험 보기 전에는 특활반 후배들이 3학년 교실까지 찾아와 노래도 불러주고 화이팅 메세지도 전해주고, 기독교반 아이들은 함께 손을 잡고 기도를 해주고 또 뭐가 그리 슬픈지 한참 붙들고 울고불고 하던 기억도 나고. 어쩌면 나의 고등학생 시절의 모습은, 사람들이 꿈꾸던 그 찬란하게 아름다운 여고생 모습 그대로였을 수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학창시절에는 몰랐던 그 때의 순수했던 마음이 새록새록 떠올라, 그리고 한 때 꿈꾸던 선생님이란 매력적인 직업과, 아직도 여리고 순수한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기분이 참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