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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 - 나를 달뜨게 했던 그날의, 티베트 여행 에세이
박동식 글.사진 / 북하우스 / 2007년 11월
평점 :
사람들은 누구나 여행을 꿈꾼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늘 여행을 꿈꾸고 살면서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나라를 고르라면 단연 티벳을 고른다. 언제부터 티벳을 가보고 싶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영화 <쿤둔>이나 <티벳에서의 7년>은 모두 나에게 굉장히 매력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가보고 싶은 나라라고 하면 티벳을 떠올리기 쉽지 않은 것 같다. 대학교에 다닐 때 '해외여행을 간다면 어떤 나라에 가보고 싶은가?'라 교수님께서 물어보셨는데 비유럽권 나라를 가고 싶다고 한 사람은 나를 포함하여 단 3명이었다. 그리고 그 3명 중 2명은 일본이라 대답했다. 자기가 질문을 해놓고 비유럽권 나라에 가고 싶다는 학생들의 대답에 뭔가 신기하다는 듯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던 그 교수님의 표정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티벳. 가보고는 싶지만 난 티벳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러면서 한 번 검색해서 찾아보지 않고, 이렇게 모르면 모르는대로 가만히 있는 내 자신에 만족하며 지냈다. 몇 주 전, 친구들과 서점을 기웃거리다가 우연히 발견한 <열병>이란 책을 보고 바로 구입을 했다. 이래뵈도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는 티벳인데, 이 쯤 되었으면 아는 것이 한 두개는 있어야지 싶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책을 대충 훑어보니 사진들도 마음에 들었고, 얌전한 무늬의 겉커버를 벗겨내니 드러낸 알록달록한 안 커버가 아주 매력적이었다. 이 매력적인 책은 단 이틀만에 읽어버렸고 지금은 다시 한 번 또 읽고 있는 중이다.
<열병>을 읽고 느낀 것을 요약하자면 티벳의 참매력이다. 신비스러움으로 똘똘 뭉친 티벳은 내 주변 여행을 좋아한다는 사람들 중에도 단 한 명도 다녀오지 않은, 나에게는 그야말로 저 먼 우주와도 같았다. 뉴스를 통해서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꿈꾸는 티벳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티벳은 엄연한 독립국이라 주장하면서도 티벳의 이야기는 현실의 이야기처럼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 영화 속 티벳은 욕심 하나 없는 할머니의 인자한 미소만 떠올리게 하는 그런 이미지들로 가득하지 않았던가 싶다. 실제로 티벳인들의 하루는 어떻게 지나가는지, 어떤 이름들을 사용하는지, 어떤 밥을 먹는지 궁금하기만 했었다.
책 속에서 글쓴이가 여행 중 만난 티벳인들을 보면 친근하고 따뜻했다. 특히나 지나가다 들린 2층에 법당을 두고 있는 집에서 사시는 할아버지 댁에서 잠시 머물 때 그 할아버지께서 손님들에게 따뜻한 물 한 컵을 대접하였다는 이야기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시리즈를 보는 듯 했다. 그 멀리, 신비로움으로 가득 찼던 환상의 티벳 이미지가 차츰 녹아들었다고나 할까. 또, 어느 땐가 라싸가 관광지화되면서 모든 사람들이 상인화되어가고 있음을 한탄한 글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열병> 속의 라싸는 그렇지 않았다. 글쓴이가 사원을 다녀오는 길에 찾은 3위안 백반집의 아저씨와 딸, 사진 한 장 찍어달라는 소박함, 마주보고 웃어주면 수줍어서 도망가버리는 사람들. 참 착하고 순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해 전, 일요일 아침마다 즐겨보던 프로그램이 있었다. 요즘도 해주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유명인들이 외국에 나가서 그들의 문화를 체험해보는 프로그램이었다. 한 번은 티벳에 가서 순례를 체험하면서 그들의 장례방식인 조장이 소개되었는데 자세히 나오지는 않았지만 큰 독수리들이 가득한 조장터가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티벳의 조장은 한 동안 잊고 있었다가 책을 읽으면서 불현듯 생각났다. 아주 섬세하고 예리한 묘사 덕분에 나의 머리 속은 이미 조장터를 상상하고야 말았다. 그 날 티비에서 자세히 보여주지 못 한 작은 부분까지 묘사하여 주었는데, 읽으면서 '징그러워'를 연발하던 내 자신이 참 부끄러웠다. 어디까지나 그들의 문화인데. 떠나가는 사람에 대한 작별인사인데.
티벳하면 생각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눈이 가득 쌓인 가파른 산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카일라스. 성스러운 산이란 말을 많이 들어서인지 사진 한 장만 봐도 눈물이 앞을 가릴 정도로 감격스러웠다. 카일라스까지 가는 길도, 가는 길에 만난 사람들과, 카일라스의 순례자들도. 정말이지 꿈만 같던 사진과 글 속의 카일라스, 그리고 이 곳을 찾는 수 많은 순례자들은 중국의 세력에도 '티벳'과 '티벳스러움'을 지키는 듯 했다. 난 욕심도 샘도 많은 평범한 사람이다. 나 같은 사람이 카일라스에 한 번 가볼 수 있다면, 그 장엄함을 실제로 볼 수만 있다면 아마 내려오지 못 할 듯 싶었다. 혹은 이 곳을 한 번 더 찾게 되겠지 싶었다. 적어도 이 순간을 오래 오래 간직하려 카메라 셔터를 마구 눌러대겠지, 난 그렇게 욕심이 많은 사람이니까.
책 제목이 어쩌면 강렬한 이미지를 가득 풍길지도 모르는 <열병>이다. 지은이가 앓았던 열병이 이 열병인지, 어떤 열병인지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티벳을 향한 열병은 티벳을 직접적으로 경험해보지 못 한 내가 감히 상상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