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저편, 길을 나서다 -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여행이야기
안홍기 지음 / 부표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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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하고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아한다.(여기서 여행이란 해외여행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제작년 교양시간에 배운 바에 의하면  돌아온다는 가정 하에 떠나는 것을 여행이라고 했다) 자전거 타고 동네를 배회하는 것도 좋아하고, 시간이 있으면 기차를 타고 바다를 구경하고 오는 것도 좋아한다. 그리고 옛날 영화를 보고, 보고 또 보는 것도, 새로운 영화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아한다. 그리고 비판적이지 않은 시각 때문인지 어떤 영화를 보더라고 만족하는 스타일이다. 

책을 받자마자 예쁜 표지에 감동을 한 번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 있다면, 폴짝 뛰었을 때 머리가 하늘에 닿을 것 같이, 어딘가 하늘이 꽤나 가깝게 느껴지는 공간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 책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니! 그래서 감동했다. 그리고 표지에 적힌 글을 읽어보았다. 나는 분명히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하고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아한다. 하지만 영화와 여행, 이 둘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왜 좋아하는지 역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좋아해서 좋아한다고 하는 것 뿐이었다. 책의 표지에는 '영화는 여행과 같다'라고 써있었다. 아! 그 말이 정말 맞는 말이었다. 영화에 몰입을 하다보면 짧은 시간에 많은 경험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눈도 마음도 즐거워서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나보다.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영화 속 주인공에 대입하기도 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영화의 한 장면으로 표현하니 신선했다. 여행 중이라면 일어날 수 있는 일상적인 경험들도 흥미로웠다. 장마를 앞둔 오늘같이 칙칙한 날 아주 산뜻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여행, 특히나 타국으로의 여행을 갈 때는 늘 기대하는 것이 있다. 그곳은 내가 사는 이 곳과 많이 다르겠지. 그리고 막상 그 곳에 도착을 해서 경험을 하고 나면 내가 살던 그 곳과 비교했을 때 다른 점 만큼이나 비슷한 점도 너무나 많다. 코쟁이 외국인들과 대화를 할 때도 마찬가지 같다. 내가 이 말을 하면 저 사람은 알아들을까. 이런 농담을 하면 웃어줄까. 고민을 하다가도 대화가 오고가다 보면, 인간은 그냥 다 비슷하나보다 하고 생각할 때가 많다.

하지만 차이점만 두고 봤을 때 타국의 낯설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다. 나는 여행을 혼자 떠나본 적은 없기 때문에 아직 그 낯설음을 많이 접해보지 못 했을지도 모른다.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서 샬롯이 남편을 따라 도착한, 낯설은 공간이었던 도쿄에서 밥 해리스를 만났을 때, 낯설은 공간이기 때문에 그들은 쉽게 서로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난 그 느낌이 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몇 해 전, 유럽으로 여행을 갔다가 이동 중, 유레일에서 한국인 2명을 만났다. 우린 같이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 특히 어디를 가면 어디에 뭐가 있다더라, 어디에선 이런 것을 조심해야한다더라, 어디 무슨 집이 뭐가 맛있다더라 하는 이야기들을 나눴다. 그리고 역에 도착하여 우린 헤어졌고, 그 다음 주, 또 다른 나라 여행 중에 길거리에서 이들을 또 만났다! 마치 명동에서 고등학교 동창을 만난 것 처럼 반가워 소리까지 '꺄!' 질렀다. 내친김에 안부까지 묻고 여행 이야기도 좀 나누다가 헤어졌다. 처음이라는 설렘과 낯설음이 뒤섞여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다. 그런 환경 때문에인지 연약한 사람들은 타인을 더 쉽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

인도 여행 중에 일정이 어긋나 현지인의 집에서 신세를 진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솔직히 무서웠다. 밥도 먹기 싫고, 방 밖으로 나가 말 한 마디 건네기 귀찮았다. 일정이 어긋나 생각지도 못 했던 시간을 낭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답답하기만 했다. 몇 시간을 방에서 누워있다가 외국인 손님이 왔다고 기뻐 날뛰던 그 집의 아이들이 생각이 나서, 최대한 즐겁게 시간을 보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책에서는 '처음 만나는 자유'라고 했던가. 뭐든지 첫 시도를 할 때는 설렘이 있고, 서투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런지 더 배워보고 싶은 욕심이 나기도 했다. 하루는 그 집 아이들 학교에 데려다주기도 하고, 아주머니와 장을 보기도 하고, 짜빠띠도 같이 만들어보고, 기름기 좔좔 흐르는 현지 식단을 새벽부터 소화하며 지냈다. 그리고 그 집 식구들과 엄청 정이 들어 떠날 때는 펑펑 울어버리고 말았다. 

지은이는 책에서 사람들이 여행을 할 때 바빠진다고 했다. 가야할 곳도 많고, 먹어야 할 것도 많다. 여기까지 와서 어딜 안 가보면 돈이 아깝다며 눈도장만 꽝 찍고 빨리빨리 움직인다. 인도에서 내가 그랬던 것 같다다. 볼 것도, 해야할 것도 많은데 일정이 어긋나 96시간을 버려야한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아까웠다. 하지만 96시간을 돈으로 환산할 수 있다고 가정을 했을 때 나는, 그 96시간 어치 보다 더 큰 경험을 했으니 이 정도면 뽕 뽑은거다. 바쁜 일정 속에서는 내가 원하는 인간미를 느낄 수 없다. 교과서적 일정 만으로는 흥미가 부족하다. 내가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속 에르네스토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체게바라가 아닌 에르네스토였기 때문이고, 그의 일정이 교과서적이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나는 내가 왜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고, 내가 왜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래도 아직까지 누군가 '왜 좋아해?' 라고 물으면 '그냥 좋으니까 좋아'라고 대답할 것 같다. 이유야 어떻게 되었던 나는 영화도, 여행도 좋아하고 그래서 난 늘 넓은 아프리카 초원, 파리에서의 로맨스, 세상 어느 곳 보다 화려한 이집트의 카이로, 그리고 별들이 소근대는 홍콩의 밤거리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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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5 08: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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