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줄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 - 엄마와 세상에 상처 입은 나를 일으켜줄 자존감 심리학
선안남 지음 / 글담출판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올해 나는 직장생활 8년차가 되었는데 일 자체에 대해서는 확실히 성장한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대인관계에 있어서는 도대체 지난 8년간 뭐하고 살았나 하는 부분이 있었다. 최근에 우리 팀과 옆의 팀이 갈등을 빚게 되는 상황이 있었다. 언성을 높이지는 않았지만 그 쪽 팀에서 똑바로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를 더 강하게, 얄밉게, 옹졸하게 말하면서 너희들 때문에 일이 안 풀린다 서로 화를 냈다. 그리고 그런 갈등 상황에 처해있을 때 나는 정말 여기저기 비위 맞추느라 정신없는 모습이었다. 일주일간 옆 팀 사람들은 우리 팀 사람들의 인사를 받지 않았고, 계속 안 받으니 사람들은 점점 서로 인사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나 혼자만 다르게 생동했다. 나는 저 사람들이 내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 것에 너무 화가 나고, 너무 비참하고, 짜증이 났는데 어쨌든 인사는 하는게 옳다고 생각해서 더 보란듯이 큰 소리로 인사를 했다. 그리고 우리 팀 사람들끼리 밥을 먹다가 그 얘기가 나와서 정말 아침마다 인사 씹힐 것을 알고도 인사 해야 하는 것이 짜증난다이야기를 했더니, 우리 팀 사람들은 나에게 그냥 인사 하지마’, ‘뭘 그런걸 신경 써하고 말했다. 나와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이 너무 놀라웠다. 그리고 여전히 어쨌든 인사를 하는 내가 인사를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는 낫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기는 하지만 이렇게 소심하게 곱씹고 있는 내 모습이 과연 정상인가 싶었기 때문에 친한 친구 두 명을 제외하고는 아무에게도 말 못 하고 있었다.

 

이런 나에게 <상처받은 줄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 는 굉장히 신선했다. 왜냐하면 이런 나의 소소한(?) 직장생활 내 갈등과, 연애 문제 등을 놓고 나와 같이 고민하고 있는 어른들이 생각보다 많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의외로 어른이 되고 나서야 드러나는 나의 이런 상처는 어릴 때부터 쌓아온 부모와의 관계에서 영향을 받는다고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의 부모님은물론 지금도 나와 티격태격하며 싸우는 사이고, 같이 외출을 하면 모르는 척 하고 싶을 때가 있기는 하지만정말 흠 잡을 곳 없는 분들이다. 교육도 잘 받으신 분들이고, 어려운 형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쉬울 것 없이 나를 잘 키워주셨다. 부부싸움을 한 번도 못 봤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엄마, 아빠 사이는 항상 좋았고, 우리 가족은 화목함의 대명사와도 같았다. 하지만 그런 환경 안에서 나에게는 내가 엇나가면 우리 가족에 흠이 된다는 생각을 해왔던 것 같다 생각한다. , 나는 직장 생활 중에 갈등 상황에 놓여서도 안 되고, 모든 사람들은 나를 착한 사람으로 봐줘야 하며, 드라마 속 착한 여주인공처럼 항상 밝고 예쁘게 출근하며 인사하고, 누구와도 하하호호 즐겁게 일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나도 현재 팀 내 갈등 상황이 생긴 데에 큰 역할을 했지만,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나는 이런 갈등 상황에 놓이면 안 되는 사람이야하는 마음이 너무 크게 자리 잡고 있어서 어쨌든 나는 배운대로 큰 소리로 인사하겠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았다. 뭐 그렇다고 나의 부모님이 나를 제대로 못 키웠다 말할 수는 없겠지만, 어떤 환경도 사람에게 상처가 안 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났더니 지금까지 나를 괴롭히던 고민거리의 결말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았다. 나도 갈등 상황에 놓일 수 있구나, 내가 드라마 속 착한 여주인공처럼 살지 않아도 되는구나, 누구와 잘 지내지 못 할 수도 있구나...  그리고 책 표지에도 나와 있듯이 이런 내 마음 속 상처가 드러나고 내가 마주해야 그 때 치유가 시작된다는 것이 정말 위로가 되었다.

 

또 한가지 <상처받은 줄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 에서 공감되었던 상담내용은 엄마에게 고마워란 말을 듣지 않았던 한 내담자의 상담내용이었다. 솔직히 나도 고마워란 말을 자주 들어보고 자란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내 삶에 그렇게 큰 문제가 되었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왔다. 하지만 책 속 미혜씨도 나도 이것이 상처가 되어 낮은 자존감으로 이어졌던 것 같다. 아마도 미혜씨 어머님도 그러셨겠지만, 우리 엄마도 나를 조금 더 독립적이고 자존적이며 발전적이고 건설적으로 키우고 싶으셨을 것이다. 그래서 나도 참 모든 일을 다분히 열심히 해왔던 것 같다. 마치 세상 최고의 팔방미인이 나의 인생 목표인 것처럼 말이다. 이런 나의 사상은 일을 할 때도 지속적으로 드러나서 내 영역이 아닌 일도 잘 해서 나 혼자만 있으면 회사가 참 잘 돌아가는 모습으로 보이길 원한다. 하지만 이런 나의 사상은 나를 더 힘들고 괴롭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이것은 내가 실수를 했을 때 드러난다.


람은 실수를 하면서 성장하고, 정말 <상처받은 줄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에 나온 것처럼 실수해도 괜찮아가 아니라 실수하는 게 당연해가 더 적절하다. 하지만 은연중에 내 안에는 어른이 되었으면, 경력 8년차가 되었으면, 회사 내에서 직책이 어느 정도 되었으면 해도 되는 실수가 있고, 용납할 수 없는 실수가 있다. 그래서 업무 중에 실수를 하고 혼이 나면 나의 자존감은 바닥을 친다. 그러고 나면 몸 둘 바를 모르겠고, 심할 때는 큰 실수를 했으니 오늘은 점심을 굶으면서 반성을 해야겠어 (어떻게 보면 밥 먹을 가치도 없어) ’하며 나에게 벌을 준다.


최근에는 입사한지 벌써 2년이 되어가는 사원이 A 업체 단가를 B 업체에 실수로 공개를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미 끝난 일이기 때문에 예민한 부분이니 앞으로는 더 신중해라 하고 말하면 끝났을 문제였는데, 나도 모르게 노발대발 화를 냈다. 2년차가 되었으면 그 정도는 당연히 알아야 하는 것 아니니?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부끄럽지만 내 윗사람들이 일을 깔끔하게 처리 못 해도 '아니 월급을 저 정도 받는 사람이' 하며 속으로 별별 생각을 다 하는 것 같다. <상처받은 줄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를 읽고 나니 내 마음 속에는 지워지지 않는 그런 잣대가 있고, 그 잣대를 사원에게도, 이사님에게도, 뭐 더 나아가 한 나라의 대통령에게도 들이대며 사람들을 못 살게 하고 있고, 그리고 그 잣대를 나에게도 들이대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던 것 같다.

 

이런 것 말고도 상처인 줄도 몰랐던 나의 과거 경험들이 조금씩 스물스물 올라오게 하는 12가지 심리 카운슬링이 명쾌하면서 따뜻하게 담겨져 있다. 그리고 심리 카운슬링 따위 필요 없는 사람인 줄 알았던 나도 심지어 나오는 카운슬링마다 공감을 했고, 사실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이런 상처가 있었구나 느꼈다. 책 제목에서처럼 많은 사람들은 나처럼 본인이 상처받은 줄도 모르고 자란다. 그렇게 성인이 된다. 그리고 사회 속에 속해서 여러 사람들과 마주하면서 나의 연약함이 조금씩 드러나는데 그게 연약함이다/상처다 잘 인정이 안 된다. 그런데 정말 이것이 나의 연약함이며 상처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어야 치유가 시작되는 것 같다. 책의 끝 부분에는 <일단은 나부터 충분히, 그런 다음에 엄마도 안아주기>란 글귀가 나온다. 나 같은 사람은 고마워란 말을 포함해서 각종 칭찬을 익숙하게 들어보지 못 한 채 자라왔기 때문에 나도 그런 말을 잘 못 한다. 그런데 나에게 고마워, 잘했어말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하니 참 이게 어려웠다. 해본적이 없어서 너무나 어렵지만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조금씩 실천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나와 똑 같은 과정을 겪었을 엄마에게도 고마워, 잘했어하는 실천을 해봐야겠다. 우리 엄마도 상처받은 줄도 모르고 어른이 되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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