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란 무엇인가 게오르그 짐멜의 모더니티 단편들 1
게오르그 짐멜 지음, 김덕영 옮김 / 길(도서출판)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과 돈의 철학을 구입한 배경은 재프리 잉햄의 돈의 본성을 읽으면서 화폐의 사회학으로서의 마르크스, 짐멜, 베버의 생각을 논하는 부분에서 그들의 생각을 더 읽고싶어서였다.

 

역자의 엄청난 노력과 배려에도 불구하고 우선 이것부터 얘기해야겠다.

 

해제에서 미리 일러주기를 짐멜의 동시대인이자 짐멜의 지적세계와 돈의 철학(1900)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한 독일 역사학파의 거두라고 하는 분의 말을 들어 여러 심층적인 이유들로 인해 매우 읽기 어려운 책’(역자의 말로는 접근하기 어려운’)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 예비연구로서의 돈이란 무엇인가라는 1889-1899년 기간에 나온 7개의 글을 엮은 이 책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인 듯 보인다. 그래서인지 역자 또한 매우 공을 들여 많은 주석들을 통해 별도로 해서 문장들의 빠진 부분들이나 지시어들을 재차 설명해 주고 있다. 주석들을 읽는 데는 단 한군데도 불편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독자의 입장에서 불편한 점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백년을 훌쩍 넘은 시기에 읽어보아도 매우 흥미롭고 공감가는(그리고 생각하게 하는) 부분도 많음은 사실이지만, ‘매우 읽기 어려운 그리고 접근하기 어려운이유로 또 다른 이유가 되는 짐멜의 서술법(논법)인지 아니면 역자의 서술법(번역체)에 대해 지적하고 싶어서이다.

 

첫째로 <쉼표, 다시말해, 말하자면, 그러니까, , 예의, 전자와 후자 등>이 너무 남용되어, 문장을 읽어나가는 도중에 자주 끊고 이어지면서 문장이 질질 늘어지고 길어지면서 꼬아지는 경우로서 집중력을 엄청 흩뜨려 놓는다는 점. 아주 간단한 문장의 예로 그러니까 그 체제에는 말하자면 세계 전체가 잠재적으로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270)’에서 그러니까말하자면은 없어도 되고, 없는만도 못한 방해효과를 준다는 것! 독해 중 계속되는 경험이라 스트레스 쭉 올라감.

 

둘째로 특히, 이리저리 나열된 긴 문장에서 각종 그것도 모호하기까지 한 지시어가 너무 빈번하게 사용되고, 때로는 꼭 필요한 부분이 생략된 채 이어가는 서술법으로 - 물론 많은 부분을 역자가 주석으로 일일이 덧붙이고 설명해 주고 있지만 - ‘매우 읽기 어려운 그리고 접근하기 어려운것을 무수히 실감했다. 역자의 공들인 주석들이 없었다면 ... 그리고 역자가 지나쳐 간 부분들도 적지 않다는 점.

 

셋째로 비교적 경미한 사항이지만 번역용어선택(응축, 농축, 심급, 해체, 불통약성 등등등)에 바로바로 적응하기가 어렵다는 점. 좀 더 바로 바로 와 닿는 용어들로의 의역이 필요하다는 것. (역시 별 중요성이 없지만, 167쪽의 맨 밑에서 부터의 두 행은 중복 혹은 반복 인쇄되어 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씨족 부족 등의 원시경제에서 로마로부터 중세와 근대에 이르기까지, 심지어는 인도네시아 바탁족, 아프리카의 반투족 등에 이르기까지 화폐와 관련 인간문화역사에 대한 지금의 수준에서도 알지 못하던 내용들이 종횡무진 서술되는 것(이야기거리가 많은 중국의 경우는 간단하게 두군데 언급에 그침)을 보면 일반독자들 조차 힘들게라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중세교회의 이자금지 무근거성: 상인의 고리대금업의 죄악시 즉, 돈과 인격과의 관련성이 아닌 화폐의 양적 차이에 따른 것이라는 것: 화폐경제가 발전할수록 그리고 개인의 다양성이 증가할수록 배우자선택이 협소해지고, 결혼이 돈소유로 결정되므로서 난혼으로 가는 성향으로 종족보존에 불리하다는 것: 스페인의 몰락과 네덜란드독립전쟁의 내막(신용화폐의 팽창): 영국이 무역에 위세를 떨친 배경과 카롤링 왕조 이후 독일이 분열된 이유: 돈의 기능과 돈의 안정성과 수요공급 간의 관계: 중세의 국고주의와 중상주의 그리고 유물론적 화폐정책: 상징화폐, 신용화폐, 화폐대용물과 돈과의 관계: 자본과 이자개념의 역사와 조세 등: 돈의 의미는 권력()과 일치한다는 예들: 특히 6장의 경우는 10가지의 문제제기를 통한 돈의 본질을 종합적으로 논하고 있다는 것! 이상 몇가지만 간추린 예들 이외에 돈과 인간에 대한 본질을 논한 흥미롭고도 새로운 내용들이 무궁무진하게 많다는 것. 기억이 희미할 즈음해서 다시 정독하고 요약한 내용을 올리고자 한다. 이 저작도 서평을 쓰려고 해서 쓴 것은 아니고, 고민 중에 그냥 지나치려다가 나같은 독자들을 생각해서 일부 꼭 필요한 지적을 하고픈 의욕으로 서평을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끝까지 읽어 보시라고 ...

 

(부언) 이 서평은 교보에도 실린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