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행정가이자 도시계획 전문가였던 저자 손정목 교수의 한국 근대사 100년에 대한 기록..내 짐작을 초월하는 디테일에 감탄했다.정말 많은 사료들을 조사하고 연구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그의 서술을 통해 우리나라와 서울의 역사와 근대화 과정에 대해 세세한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어 유익했다.다만 자신에 대한 지나친 프라이드와 과거 공직자로서 자신이 행했던 부정함에 대해 스스로 면죄부를 부여하는 듯한 서술은 읽기 불편했다.엄청난 분량의 지식과 경험을 가진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서는 저자를 높게 평가하지만, 존경스럽거나 대단한 인물로 보이진 않는다.그는 여전히 자신의 기억 속의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어쩌면 그는 그동안 상전벽해처럼 달라지고 성장한 자신의 조국의 참모습을 깨닫지 못하고 생을 마감할 지도 모르겠다.과거를 사는 이에 대한 연민이 느껴졌다.
‘천의 얼굴을 가진 이탈리아’라는 제목도, 시중에 나와 있는수많은 여행기들과 달리 이탈리아에서 유학시절을 보낸 저자의 경험과 생각이 담겨진 책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정치학 전공자의 관점에서 경험하고 바라 본 이탈리아를 들려준다고 해서, 특히 20개 주와 8천여개의 도시로 이뤄진 이탈리아를 지역별로 나눠 서술하는 컨셉 덕분에 더욱 기대가 컸다.이탈리아의 특징을 토착성과 종속성이라는 이율배반적 성격을 가진 나라로 설명한 점 등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아 좋았지만, 지역별 특색과 무관한 노동문제나 사회적 구조 문제 등 저자의 기존 연구 내용을 특정 챕터에 포함시켜 분량을 늘리려 한 점과 깜빠냐, 리구리아, 사르데냐, 뿔리아 등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지녁에 대해서는 한두 페이지도 채우지 못할 만큼 연구와 조사가 충분치 못했던 점은 매우 아쉽다. 단기 여행자의 경험담이 아니라 이탈리아에서 수년간 유학했던 경력을 내세워 출간한 책이라면 조금 더 성의있게 준비했어야 마땅하다 생각한다. 저자가 마음을 고쳐 먹고 개정판을 준비해 보길 권한다.
마음을 두드리는 감성 파리 여행,파리, 그 황홀한 유혹..저자의 유럽 문화 예술 기행 시리즈 중에 제일 재미있게 읽었다.무엇보다 거장들의 그림 속의 장소를 찾아 똑같은 구도로 사진을 찍어 그림과 비교하여 보여 준 페이지들이 참 마음에 들었다.덕분에 두달 뒤 만나게 될 다섯번째 파리에 대한 욕심이 더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