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1592 - 동아시아 질서를 바꾼 삼국 전쟁의 시작
KBS <임진왜란 1592> 제작팀 지음, 양선비 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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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1592 다큐 제작팀이 펴낸 단행본으로 임진왜란(조일전쟁)이라는 거대한 사건에 얽힌 방대한 스토리를 간결하게 잘 요약하여 읽기 수월했던 점은 좋았다.

기존의 역사기록들과 조금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도 좋았다. 하지만 그 새로운 시각에 제3자의 동의와 공감대를 얻으려면, 좀 더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일본이 쳐들어 오자마자 왕궁과 도성, 종묘사직을, 무엇보다 나라의 근간인 백성들을 버리고 자기 혼자 살겠다고 도망갔던, 심지어 명나라로의 망명까지 시도했던 비겁하고 무능했던 선조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는 식으로 합리화 하려는 시도에는 동의할 수 없다.

또한 임진왜란을 일으킨 당사국인 일본이 당초의 목적인 ‘정명가도’의 확보, 조선 영토의 일부 할양 등 뚜렷한 소득 없이 퇴각했다고 해서 임진왜란이 일본의 패배와 조선-명나라 연합군의 승리로 끝났다는 주장에는 더더욱 동의할 수가 없다.
저자와 제작진이 언급한 것처럼 7년간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으로 인해 조선의 전 국토가 유린되었을 뿐만 아니라 백성들의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붕괴되었음에도 조선의 왕이 항복하지 않았고, 일본이 전쟁을 일으킨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일본의 패배로 규정하는 건 말이 안된다.
심지어 왜군이 조명연합군에 패퇴한 것도 아니고, 전쟁의 원흉이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하면서, 전쟁을 지속할 강력한 동인이 사라졌기 때문에 현실적 판단에 따라 철수한 것이 아닌가? 엄연히 존재하는 역사를 이렇게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마지막으로 옛 지명에 대한 정확한 고증을 통해 통일된 표기가 이뤄지지 못한 점이 아쉽다.
(예시) p. 128-134
경상도 거제 : 옥포(p.128) vs 율포(p.133)
경상도 고성 : 적진포(p.128) vs 당항포(p.133)

엄청난 서사를 작은 단행본 한권으로 압축한 노력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그러다 보니 너무 많은 생략과 역사적 사실에 대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서술을 너무 쉽게 던져 놓은 것에 대해서는 우려스럽다. 아무리 역사학자가 아닌 방송제작팀이라도 다수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질 역사에 대한 기록물을 출판하는 사람이라면 좀 더 책임감을 갖고 임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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