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림의 러시아 예술기행
최하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러시아 예술기행기라기보다 한마디로 어르신의 러시아 패키지 관광일기다.
우선 저자가 교수이자 시인인 지라 문장은 수월하게 읽힌다. 그러나 동행들의 이름부터 그날 먹은 음식의 메뉴, 기념품점 직원과의 짧은 인사말 등등 독자들이 전혀 궁금해하지 않을 내용들에 대해서까지 구구절절 기록하다니.. 여행기란 타이틀로 책을 출간하기보다 개인의 기록으로 간직하셨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책 곳곳에서 느껴지는 올드함도 별로였지만, 특히 성세르기우스 대수도원 우물에서 세수한 일을 자랑스럽게 기록한 부분에선 하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현지인들에게 신성한 공간에서 에티켓에 어긋난 행동을 한 것을 합리화하는 모습이라니..
부끄러워 해야 마땅한 일이다.
바로 그 부분, 독자들이 판단하시라.

“나는 종루에서 10여 미터쯤 떨어져 있는 우물로 갔다. 우물물을 벌컥벌컥마시고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 물로 얼굴을 씻었다. 시원했다. 그날은 다른 날과 다르게 몹시 더웠다. 성 세르기우스라면 나에게 얼굴 씻는 일을 허락해주고도 남을 것 같았다. 그것도 허락해주지 못한다면 성인이라 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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