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팔사략 6 - 후한시대
고우영 지음 / 애니북스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만화가는 종이와 펜이 생명이다. 이 두가지가 없으면 알타미아동굴 벽면에다가나 실력을 발휘할 수 밖에 없다. 종이와 펜 둘 중에서 무엇이 우선인가를 두고 잠시 생각했다. 어렵지 않게 종이를 택할 수 있었다. 본 권의 표지 등장인물이 채륜이다.
필자가 표지 인물에 관심을 두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각 권의 분량에서 등장하는 주요인물이 적지 않다. 그중 한명 또는 두 명에게만 컬러프린트 호사기회가 주어지는데 그게 표지인물인 것이다. 추측컨대, 고우영 화백께서 이를 두고 심사숙고 하셨을 것이다. 독서 시작단계에는 표지인물 선정에 편집자의 의도가 반영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횟수를 거듭하면서 화백의 결심으로 정해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 결정적 증거라 본권이다. 채륜은 종이를 개발한 신하이다. 화백께서는 만화가로서 그에게 진정 내면적인 감사함을 표하고 싶었던 것이었으리라.

본권에서는 기원전 180년 무렵의 기록부터 시작되어 기원후 세기로 진입된다. 여태후는 참으로 문제적 여인이었다. 극악무도라는 말에 맞춤격 인물이다.
문제경제의 태평 40년, 무제, 원제의 시기의 평온함이 독자 마음도 편안하게 해주는 듯 했다.  

왕망의 63가의 병법가들이 서로 다투는 장면은 다만 한컷에 불과했지만 여러 영감을 던져주었다.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소한 스스로에 대한 평가만큼은 야박하지 않은 편이다. 복권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자신의 당첨확률을 통계적 확률보다 수백 배 높게 인식한다 경험적 심리연구 결과가 있다. 이것은 자신이 타인에 비해 행운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병법가가 무려 63명이 모였다면 자신의 주장이 운명론까지 덧붙여져 하나의 병법전략으로 종합되기란 불가했을 것이다. 매우 설득력 있는 패인이라는 생각에 몇 초간 눈길이 그 컷에 머물렀다. “망해가는 집구석 하는 짓이 그렇다”는 문장이 매우 맘에 들었다. 일단 4·3 의 운율에 읽는 재미가 있다. 망하다, 구석, 짓이라는 품격 높지 못한 단어가 조합되었으나 명문장의 웅장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 대사는 5천명 통곡사의 채용 대목에서 등장한다.

광무제의 대사에서 “정사보는 일이 가장 즐겁다.”라는 말에 당대의 국정이 원만하였음이 함축되었다고 할 수 있다. 죽마고우 엄광에 대한 의리있는 모습도 존경심이 발동되었다. 화타의 인술과 장형의 과학업적은 재밌고도 신비로웠다. 장각의 황건적이 봉기와 멸하는 것으로 6권은 끝났다. 장자크 루소는 인간불평등기원론에서 인류역사상 최초의 범죄행위에 대해 주장한바 있다. 일정구역에 말뚝으로 경계를 정하여 사유지임을 주장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필자 생각은 이와 약간 차이가 있다. 원시 사이비 종교인이다. 밝힐 수 없는 문제로 혹세무민하는 자들은 인류행복을 침해한 최초의 원흉들이라 할 수 있다. 장각은 그런면에서 여태후 이상의 만행을 저질렀다고 악평해 볼만 하다.  

하여간 역사는 사필귀정인듯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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